본의아니게 경제지표가 된 원화, 세계 교역지표로 간주돼

시중에 공급되기 전의 원화 자금. /사진=뉴시스.
시중에 공급되기 전의 원화 자금.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 외환시장에서 몇몇 주요 통화는 특별한 성격이 부여된다.

세계 최대채권국인 엔화는 투자안전을 나타내는 통화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엔화의 선호도가 높아져 미국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하락한다.

호주달러는 중국경제지표다. 중국과의 교역이 호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부침에 따라 호주달러가치가 등락하는 경향이 크다.

최근 한국의 원화도 특별한 성격이 부여되고 있다. 세계 교역의 지표다. 지금처럼 세계 교역이 침체되면 원화가치가 절하돼 원화환율이 상승한다. 교역량이 늘어나면 원화환율이 하락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지표로도 성격이 부여되고 있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원화의 이같은 성격을 강조했다. 로이터는 "압력을 받고 있는 세계 제조업 공급체인과의 높은 관련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에 예민한 통화인 원화는 최근 2년 넘는 기간 가장 크게 절하됐으며 투자자들은 원화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관련 지표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세계 교역을 나타내는 지표로 원화를 언급하는 건 로이터뿐만 아니라 최근 외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로이터는 올해 들어 원화가 6% 가까이 절하됐는데,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경우 원화환율이 1250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련 경제지표로서 원화환율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중국의 외환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이 아직 충분히 개방되지 않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책적 이유 등으로 인해 중국의 환율이나 주가에 시장 평가가 반영되는 것에는 제약과 시차가 있다.

이는 올해 원화가치가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에 대해서도 절하된 것에서 엿보인다.

지난해 말 위안대비 원화환율은 162.43 원이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170.67 원에 마감됐다. 원화가치가 올 들어 4.83% 절하된 것이다.

원화가치 절하의 주원인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부진이면, 이론적으로 원화가 위안에 대해서는 절하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위안에 대해서 역시 절하된 것은 장차 위안가치가 받게 될 절하압력이 원화에 먼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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