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22억 '철퇴',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고발
공정위 "2년 반 동안 총수일가에 배당 · 급여 등으로 최소 33억 이익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사진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본사.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22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사진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본사.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게 강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기준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8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휘슬링락CC는 2013년 5월 태광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됐으며, 메르뱅 역시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와인 소매 유통업체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티시스 8억6500만원, 메르뱅 3억1000만원, 태광산업 2억5300만원, 티브로드 1억9700만원, 흥국화재 1억9500만원, 흥국생명 1억8600만원 순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면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2014년 상반기부터 약 2년간 고가(10kg당 19만원)에 무려 512톤, 95억5000만원 어치를 구매토록 했다.

이와 함께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대량의 와인 46억원 어치를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 씨는 이호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년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또한 김 씨는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 구매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점)를 제공한 후 휘슬링락CC가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포인트 19만점을 일괄 차감하는 방식이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또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계열사간 내부거래 확대를 명목으로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와인거래는 중단됐다.

공정위는 "태광 소속 전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5000만원,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으로 대부분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2013년 8월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후 최초로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해 엄중 제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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