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어주 위주 소폭 상승 그쳐...FOMC 성명서는 비둘기적...파월 의장 "금리인하 하려면 살펴봐야 할 것 있어"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사진=AP, 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19일(미국시각) FOMC가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발표한 뒤 미국증시가 오름폭을 약간 더 키우며 상승 마감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흘 연속 상승했다. 이날 FOMC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면서 향후 금리인하 여지를 남긴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증시 상승폭은 의외로 작아 그 배경이 주목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2만6504.00으로 38.46포인트(0.15%) 상승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926.46으로 8.71포인트(0.30%)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987.32로 33.44포인트(0.42%) 높아졌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1555.58로 5.35포인트(0.35%) 상승했다.

이날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이틀 간의 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내놨다. 성명서를 통해 "현 금리가 미국 경제 유지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한 수준이지만 미국 경제에 일부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명서에서 ‘인내심’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불확실성 존재’ ‘향후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날 금리는 동결했지만 향후 인하 여지를 남긴 것이다. 게다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 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면서 금리인하 관련 소수의견까지 냈다. 이는 일단 미국증시엔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FOMC가 완화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정작 미국증시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체면치레 하는 정도였다. 사흘 연속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완화적인 통화정책 성명서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FOMC 성명서 발표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이 있는 만큼 향후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근거가 강화됐다"고 밝히면서도, "많은 위원이 향후 여건을 더 지켜보길 원했다"는 말도 전했다. 이는 금리인하 결정 전에 미-중 무역협상 결과, 주요 경제지표 흐름, 국채금리 동향 등 더 지켜봐야 할 게 있다는 의미로 전달됐다. 파월은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외줄타기를 하면서 자신과 연준의 체면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미-중 무역협상이 잘 타결되거나 향후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연내 금리인하 횟수가 2번이 아닌 1번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 경우에 따라서는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할 수도 있는 여지 또한 남긴 하루였다.

또한 중국 화웨이 회장이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큰 걱정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미-중 무역협상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 있다는 판단 속에 반도체 주가 등이 관망세를 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미국증시를 견인한 것은 주로 경기방어주였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이날 미국증시에서는 FOMC 성명서와 파월 의장의 발언, 그리고 달러 가치 하락 등이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0.43% 하락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미국증시가 사흘 연속 올랐다고 했다. FOMC의 금리결정 이후 주가가 점프했다고 알렸다. 유나이티드 헬스, 월트디즈니 등이 다우지수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다우와 보잉은 다우지수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S&P 주요 섹터 별 주가 흐름에선 헬스케어와 유틸리티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금융, 에너지주 등이 미국증시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연이어 헬스케어섹터에 대한 사업전망을 상향해 왔는데 이날에도 이들 주식이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S&P500 지수군 내 헬스케어 섹터의 주가는 무려 0.96%나 오르면서 11개 섹터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가스(+0.81%) 부동산(+0.68%) 등 경기방어 섹터의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금융(-0.21%) 에너지(-0.22%) 자재(-0.47%) 등은 하락했다.

유나이티드 헬스(+1.83%) 머크(+1.03%) 화이자(+1.00%) 등 헬스케어 종목들이 다우지수 상승률 상위권을 장악했다. 월트디즈니는 1.21% 상승했다. 나스닥 바이오 인덱스도 0.60% 상승하며 헬스케어섹터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미국증시 반도체 주가는 주춤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0.08% 상승에 그쳤다. 전날엔 4% 이상 폭등했다가 이날 보합 수준으로 물러섰다. 미-중 협상 결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데다, 중국 화웨이 회장의 매출 감소 발언 등이 반도체 주가를 주춤거리게 했다.

주요 반도체 종목 중에서는 램리서치(+0.54%) 엔비디아(+0.16%) 웨스턴 디지털(+1.92%) 자일링스(+0.05%) AMD(+0.66%) 등이 제한적인 오름세를 보인 반면 마이크로칩(-0.29%) 마이크론(-1.02%) 브로드컴(-0.20%) 인텔(-0.63%) 퀄컴(-0.22%) 등이 하락했다.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도 엇갈렸다. 이날 페이스북은 0.53% 하락하며 이틀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내년 가상화폐 도입 이슈로 이틀 전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것이 전날과 이날 주가 숨고르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A는 전날의 상승세를 뒤로하고 이날엔 0.07% 하락했다. 애플의 주가는 전날의 급등세를 뒤로하고 이날 0.29% 하락했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애플이 중국 시설 30%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1.79%)와 아마존(+0.39%)이 올라 준 것이 그나마 FAANG 주의 체면을 살렸다.

이제 미국증시에선 FOMC라는 빅 이벤트가 끝난 만큼,  향후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 주요 경제지표 흐름, 국채금리 동향 등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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