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전도사" →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 갖췄다"로 변화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청와대는 김상조 신임 실장 인선배경에 대해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2년1개월 전인 2017년 5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위원장 후보에 지명할 때의 인물평은 "재벌개혁 전도사로 대·중소 기업 관계 정립에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김 실장의 공정위원장 재임 2년여 동안 재벌개혁 전문가라는 면모에는 변함이 없다.

눈길 가는 것은 "균형감 있는 정무감각"이 이번에 추가됐다는 점이다. 진보성향 인사들이 우려를 사는 가장 흔한 부분이 균형 감각인데, 이 점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5개월 전 그를 공정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파격, 참신한 인물을 과감히 발탁하는 인사기조 속에서 이뤄졌다. 경제상황 타개를 목표로 하는 이번 인사는 배경부터 다르다. "재벌개혁"보다 "균형감 있는 정무감각"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그가 공정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무조건 ‘지배구조 개선’만을 강요하면서 전체 거시·산업정책을 뒤흔들 정도 ‘재벌 저격수’는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상황이 불가피한 측면이 강했긴 하지만,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타계 후 공정위의 조원태 회장 ‘특수인’ 직권지정으로 경영권 분란의 소지를 조기에 잠재웠다.

이는 동시에 김상조 정책실장의 향후 정책수행에서 ‘균형감각’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형편의 범위 내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기술발휘 여부에 이번 청와대 인사의 성패가 달려있다.

인선의 또 하나 이유인 "뛰어난 전문성"은 전임자 김수현 실장이 경제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과 관계돼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화웨이 제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금리인하 여부 등 국제현안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역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저성장 탈피다.

지난 1분기 중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한국의 성장동력에 대한 국내외 의구심이 커져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갑질문제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재벌들의 불법에 대한 심판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집권 초 부진하다 후반 이후 5%대 안정 성장을 이루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반인 현재 치밀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초 10%대 성장 동력이 가라앉자 3년차부터 재벌정책 등을 순화했지만, 기대한 효과는 얻지 못하고 개혁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 후퇴한 정책들을 후임 참여정부 초기 2년 동안 복원하는 논란이 뒤를 이었다.

‘정책 균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앞선 정부들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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