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제활동 최대한 보장하되,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근절은 더욱 강화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경제민주화 한다고 해서 모두 좌파정부는 아니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진보정부의 전유물이 돼서도 안 된다. 경제민주화는 어느 정권이든 꼭 이뤄야할 과제다.

과거나 지금이나 일부 재벌 또는 대기업은 국내용과 수출용 제품을 다르게 만든다는 의혹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국내에선 비싸게 받고 나라 밖에 나가선 싸게 파는 대기업도 종종 있었다. 우리의 여러 재벌 또는 대기업이 국민의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부를 축적해 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와 외국 소비자를 차별하는 기업이 남아 있다면 이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적폐다. 

뿐만이 아니다. 그간 많은 대기업 또는 재벌이 중소 협력업체들을 희생양 삼아 성장했다.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 소위 대기업들의 온갖 갑질 때문에 피눈물 흘린 중소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대기업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 차별하기,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이런 것들을 제거해 공정경제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절대 나쁜 정책이 아니다. 대기업 갑질을 근절하는 것을 두고 재벌탄압이라고 역공하는 것이야 말로 꼴불견이다. 대기업이나 재벌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것을 두고 탄압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역겹다. 대기업 갑질이나 기업 범죄는 우리 정부, 우리 국민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근절해야 할 영원한 숙제다. 대기업의 갑질이나 범법 행위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정권의 속성을 떠나 모든 정권이 최우선 척결해야 할 과제다.

김상조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김상조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들어 김상조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은 그나마 대기업 갑질근절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그 점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공정거래 실현과 관련해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리를 이동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전격 기용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로 이동 배치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가 나온다. 적임자냐는 논란도 있다. 경제도 어려운데 재계에 강성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도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김상조 정책실장은 취임하기 무섭게 재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재벌 총수 누구든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재벌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에는 백번 찬성한다. 재벌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기업활동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정책실장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재벌들이 이런저런 눈치보지 않고 경제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해 줬으면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재벌의 부당한 갑질은 반드시 근절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싶다.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떠났다고 해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청와대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공정거래 관련 정책 마저 후퇴시키면 안 된다고 본다.
 
재벌, 대기업의 갑질을 근절하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갑질에서 해방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처럼 국내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룬 뒤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나아가 재벌들이 특수 관계인에 몰아주던 일감을 여러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 공정하게 배분할 경우 그들 중소기업이 더욱 성장해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좋은 제품을 수출하는 일도 하게 될 것이다.

역대 정권들도 대기업 갑질근절을 외쳤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재벌이 경제가 어렵다고 보채면 갑질근절은 커녕 정경유착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그간 어느 정부를 떠나 경제민주화는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이라는 적폐적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정경제 달성은 요원한 무지개처럼 여겨져 왔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제 대기업의 기업 활동을 마음껏 보장하되 갑질만큼은 반드시 근절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길게 보면 그것이 우리의 경제 저변을 키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진정한 상생, 그리고 진정한 갑질근절은 대중소 기업의 균형 성장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줄뿐더러 일자리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정책을 더 폭넓게 책임질 수 있는 정책실장 자리에 간 만큼 이같은 갑질근절, 공정경제 실현, 경제민주화 진전 만큼은 더욱 강도높게 밀고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현 정부 들어서의 일이다. 어느 부처 업무보고에서 특정 재벌의 일시 호의적 행위에 대해 ‘상생의 본보기’라는 평가가 나왔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 재벌은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책당국 일각에서 상생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그나마 재벌 갑질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만큼은 정통한 인사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부에 진출한 만큼 더 이상은 재벌, 대기업의 갑질이 판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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