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사건보다도 훨씬 더 충격적인 일들 벌어지고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영국 BBC가 서울 강남 클럽의 성폭행 만연사례를 25일(한국시간) 대서특필했다. BBC는 이 같은 문제를 현재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과 연계해 지적하고 있다.

저성장이 심각한 한국 경제에서 그나마 한 가닥 성장의 희망을 던져주는 대중문화에 대해 가뜩이나 요즘 들어 서구 언론이 도덕성 충족 여부를 자주 질문하고 있는 터다.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약진과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잔뜩 고무된 한국 대중문화계에 아주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의심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BBC 홈페이지의 25일 오후(한국시간) 모습. /사진=BBC 홈페이지 화면캡쳐.
BBC 홈페이지의 25일 오후(한국시간) 모습. /사진=BBC 홈페이지 화면캡쳐.

한국과 같은 신흥국에서 세계적 일류기업이나 예술인이 탄생하면 서구 여론이 이를 시기심에서 견제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굳이 이렇게 음모론적 태도로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한국인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는 건, 서구에서도 열렬한 팬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눈에 보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본심에 갖고 있는 가치관 또한 서구의 소비자들에게 아무 문제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냐는 검증의 단계를 의미한다. 앞으로 너희가 만드는 상품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서구의 유명 대중예술인들도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얘기는 많다.

그러나 이는 일부 강남 클럽에서 벌어진 ‘강간 추문’과 종류가 다르다. 폭력과 마약을 휘둘러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직간접 성행위를 했다는 건 이들 사회에서는 영구추방을 받기에 충분한 범죄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런 비인간적 범죄자들과 얼마나 차단돼 있느냐를 묻고 있다.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용서 못 받을 범죄가 한국에서 얼마나 단죄되고 있느냐다.

이 질문에 한국과 대중문화계가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면, K팝과 한류는 한 때 ‘반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문화인들뿐만 아니라 국가적 경각심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BBC 첫 화면 두 번째 뉴스 "강남의 불빛에 감춰진 성추문"이란 링크는 "강남: 추문이 K팝의 영역을 뒤흔든다"는 기사로 이어진다.

가수 승리의 성매매 알선 수사, 유명 가수들의 섹스비디오 공유부터 언급한 BBC는 "한국의 상류사회가 사는 강남에서 최근 수개월간 더욱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취재를 하면서 "우수 고객인 VIP와 VVIP 들은 수만 달러를 내고 약에 취한 여성들을 인근 호텔로 데려가는 추행과정이 카메라에 잡힌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BBC는 성폭행 정황이 생생한 제보를 전하면서 서두에 19세 미만 금지 프로그램 안내를 보는 듯한 경고문을 보여주고 있다.

본지가 번역을 삼가는 이 사례는 한 여성이 남자가 건네는 음료를 마신 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호텔방에서 남자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이 여성은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마약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BBC는 수사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런 범죄에 주로 쓰이는 GHB라는 약물은 수 시간 만에 흔적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 방송은 강남을 서울의 비벌리힐이라고도 표현했다. 과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류층 거주지와 견줄 만 하냐는 비판을 행간에 담고 있다.

‘메이드인 강남’의 저자로 성폭행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원규 목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클럽 안팎에서 강간 행위를 실제로 봤다고 밝혔다.

그는 "클럽 안으로 많이 들어가지는 못했는데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는 건 클럽 안에서 더 심한 일도 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만약 BBC 보도처럼 한국의 ‘비벌리힐스’라는 강남에서 이렇게 강간이 판을 치고 있다면, 이런 곳에서 만들어내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누가 좋다고 소비할 것이며, 또 최고상류층의 실태가 이와 같은 한국의 브랜드는 뭐가 되느냐는 것이다. 국가적 경각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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