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비현금화'... 소외층도 존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택시에서 현금을 내면 환영을 하는 기사가 흔했다.

"점심 먹을 돈도 없었는데, 잘 됐네요."

요즘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를 하니 기사 수중에 잔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카드 없냐며 현금을 사양하는 기사들이 늘어난다. 워낙 카드손님이 많다보니 차고지에서 잔돈을 1만 원 정도만 준비해서 나온다고 한다. 평소보다 잔돈 내줄 손님이 한두 명이라도 많다보면 그 다음 손님한테 바꿔줄 돈이 없어진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기본요금 거리를 자주 이용하다보면,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 메고 주머니 뒤져 요금을 준비하다 내릴 때가 된다. 주머니 뒤지다 100원짜리 500원짜리가 빠져나와 시트 속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 전용으로 1만원씩만 채우고 다니는 터라 교통카드에 기본요금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콜이니 뭐니 하는 건 '신식'으로 사는 사람들 전유물이고, 우리 세대는 길거리 나가 조금만 기다리면 지나가는 차 세워서 현금내고 가는 게 제일 편하다는 생활방식에 변화를 강요받는 듯하다.

사실 택시뿐만 아니다.

생활의 곳곳에서 현금 대신 다른 결제수단을 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햄버거를 사먹으러 가도 무인 접수대가 모든 것을 대신한다. 카드가 없다고 하면 아직은 점원이 응대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도 조만간 달라지지 말란 법이 없다. 현금결제는 아예 안 받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한국은행법에 화폐는 강제통용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하고는 있지만, 택시타고 햄버거 사먹을 때마다 한국은행법을 설파하고 다니기도 웃기는 일이다. 아직 20세도 안된 듯한 어린 점원이 순진한 얼굴로 "그런 법도 있어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하나.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브리프 최신호인 7일자 글로벌금융이슈에서 스위스금융그룹 UBS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여전히 높았으나 한국은 이 비율이 지난 10년간 대폭 낮아져 아시아에서 비현금화가 가장 크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캡제미니와 BNP파리바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비현금거래는 4826억 건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으며 2021년까지 연평균 12.7% 증가해 8764억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 안쓰는 추세는 그만큼 편리하기 때문이다. 거래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당국의 정책추진, 소비추세 예상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도 촉진된다.

단점도 있다. 사생활 정보의 노출과 기술적 장애가 발생했을 때 결제불능, 과소비 등이다. 

금융연구원은 장점들과 '동전의 양면' 관계인 이런 것들 말고 또 다른 단점도 지적했다.

고령층과 빈곤층의 불이익이다. 고령층은 디지털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서, 빈곤층은 신용카드와 결제수단을 갖춘 스마트폰을 마련할 수 없어서다.

무인 햄버거점에서의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구세대'라면 비현금 시대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불편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햄버거 말고 순두부나 비빔밥만 먹으러 다니면 되는데 비현금시대는 이런 곳도 가만 놔둘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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