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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곰탕이 간절하면 한밤중에도 즉시 해결할 수 있었다
닭곰탕이 간절하면 한밤중에도 즉시 해결할 수 있었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7.0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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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진 주말 유흥가, 술집이 줄어서가 아니라...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밤중 집에 음식은 없고 사먹을 돈은 있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시내 유흥가로 알려진 동네를 가면 된다.

돈 없는 서생이 무슨 돈이 있어 유흥가를 가느냐. 불후의 명곡인 '빈대떡 신사' 가사처럼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리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다.

당연히 이 곳 술집은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동네는 밤새워 음식점이 장사를 한다. 찾아오는 이유는 이 음식점들에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에서 알아둘 만한 생활 요령가운데 하나다.

차비를 좀 들여서라도(40분 간격 운행하는 심야버스를 탈 수 있으면 다행이다) 술집동네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일주일 내내 가능한 얘기였다. 지난해까지는.

요즘은 주말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평일은 몰라도 주말은 문을 연 곳이 크게 줄었다.

이 동네의 한 구석 모습만 보면, 마치 용산 전자상가의 퇴근시간 후 같다. 일요일 심야에 순대국도 먹고 곰탕도 먹고 짜장면 짬뽕 볶음밥 육개장도 먹을 수 있던 건 어느덧 예전 일이 됐다. 한두 군데 음식점의 메뉴에서만 식욕을 느끼도록 주말은 스스로 훈련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여파가 분명해 보인다. 그것 말고 이처럼 동네 일대가 변할 만한 일은 없었다.

한적한 심야식당에서 국밥을 한 그릇 먹고 있으면, 이것저것 먹던 시절이 그립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 시절엔 이렇게 손님 없는 시간도 장사가 되는 지였다.

어떻든 이렇게 늦은 시간도 '혼밥'을 식성대로 먹을 수 있게 해주니 감사한 마음으로 메뉴를 자세히 살펴뒀다. 나중에 이 곳에서 모임을 주최해 다른 손님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나름 보답도 했었다.
 

사진은 기사 속의 특정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 속의 특정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과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심야영업의 이익분기점이 무너졌는지는 모르겠다. 가게주인들이 장차의 인건비 부담에 미리 부담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전부터 손해였는데 이 참에 핑계로 영업시간을 줄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던진 의미 있는 메시지는 여기서도 느껴진다. 전에는 그리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면서 인건비 싼 맛에 늦은 시간까지 일을 시킨 가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가게는 특징이 있다.

새벽에 사람이 와서 밥을 먹고 있는데, 종업원이 설거지를 마친 식기들을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정리한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음식 맛을 못 느낄 정도다. 계산할 때는 다른 일을 하다 와서 거스름돈에 거침없이 침을 묻혀가면서 건네준다. 사장 없을 때 일하기 싫은 표정을 손님에게 그대로 쏟아 붓는다. 가뜩이나 사람 드문 시간대에 한번 와본 사람에게는 다시 못 올 집이 되니 더욱 손님이 없다.

최저임금 상승 이후 이렇게까지 일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심야 일 시키는 밥집은 좀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또 모르는 일이다.

택시요금 인상 효과처럼, 지금의 최저임금도 시간이 지나 예전처럼 그저 그런 체감임금이 되면 또 다시 젓가락 숟가락 와르륵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

최저임금은 단지 노동정책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성격까지 분명히 담고 있다. 그게 당연한 건지는 모르지만 현실은 어떻든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 천 몇 백 몇 십 원이 정답이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 또한 역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다고 여기는 수준이 최적의 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서겠다고는 하지만, 이 정부 출범 당시의 자부심까지 떨어뜨릴 수준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의 임금수준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올릴지가 불안의 핵심이다. "최저임금을 낮추라"는 요구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소리라도 해야 거침없이 올리려는 것에 맞설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정치적 이슈의 성격까지 담았으니 정책영향의 '비주얼'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둑어둑해진 심야 유흥가는 사람들이 풍류를 줄이고 가정에 충실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술집들은 여전하고 주변 밥집만 문을 닫아서 동네가 우중충하다면, 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치솟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정책의 현실감각 결핍이 초래한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남용될 소지도 있다.

지난 2년의 새로운 실험에 분명히 의미는 있었다. 이제 시행에 따른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과 지금 당장 현실의 최적조합을 찾을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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