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엽 "日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 부족시 GDP 최대 5.4% 손실 예상"
전자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일본산 불매운동 등 보복대응 자제 지적도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이 10일 세미나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시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이 10일 세미나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시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한·일 무역분쟁 확대시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해 한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모의실험을 통해 한·일 무역분쟁의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로 피해규모의 차이가 크다"면서 "한국이 수출규제로 대응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 3.1%, 1.8%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소재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GDP는 4.2%~5.4%로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한·일 무역분쟁이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GDP 증가는 미미한 수준(0.03%)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하게 될 거라는 분석이다.

그는 "무역분쟁 확대시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돼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반도체 등 관련 산업의 생산차질을 우려하며 한·일 관계회복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대체 주장에 대해서도 "무역규제가 완화될 경우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맞대응 확전전략보다는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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