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추하다'는 프레임에 갇혀, 세계가 격찬한 시민의식을 못 보는 사람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간혹 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뭔가 심사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 얘기의 행간에는 자신의 지적자부심이 담겨있다.

이유를 살펴보면, '효과가 없다'와 '보기 흉하다'로 요약된다.

'효과가 없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효과가 없으니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다. '효과가 없다'면 '나는 동참안한다'고 하면 그만일 일이다.

효과가 있든 없든 왜 남이 하는 일까지 못하게 하나.
 

일본맥주의 판매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맥주의 판매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매운동을 하면서 엔화환율을 200엔으로 폭등시키고 니케이225 지수를 반토막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효과가 없어서 하지 말아야 한다면,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 즉 'IMF위기'가 왔을 때 '금 모으기 운동'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금 모으기는 국제상품시장에 금 공급을 늘려 오히려 금값을 떨어뜨린 것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국제금융자본은 금 모으기를 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이곳의 시장은 곧 살아날 곳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단순히 금 몇 톤 팔아 벌어들이는 외화로 설명할 수 없는 신용의 신속한 회복을 가져왔다.

효과가 없어서 하지 말아야 했다면,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운동 역시 실제 결과에서는 본래 취지와 다른 점이 지적되고는 있다. 그러나 수 십 년째 이 땅을 점령한 외세에 대해 국민들이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도 '절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 오늘날 교과서에도 당시의 민족정신을 전하고 있다.

이해타산만으로 불필요했던 운동 가운데 하나라면, 조선시대 효종의 '북벌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명분자체로는 병자호란 때 굴욕을 씻기 위해 강한군사력을 회복하는 운동으로, 망해버린 명나라 천자를 복위시키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상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양성한 군대가 오히려 청나라를 도와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일에 동원됐다.

하지만 실제 결과에 있어서 북벌이 이 나라를 다시 일으킨 효과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참혹한 패전으로 바닥에 떨어진 국가적, 국민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이면, 위정자들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정치와 처신에 임하게 된다. 재정이 탄탄해지면서 영조와 정조의 실학이 번창하는 중흥기를 맞는 토대가 됐다.

일본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국인들이 벌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제국주의 침략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들이 유전자에 인코딩한 역사의식에 따라 당연히 벌이는 자연스런 반응이다.

한국인들은 두 가지를 절대 잊지 않는다. '함께 싸워 외적을 물리친 혈맹'과 '우리를 침략한 외적'에 대한 기억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다음 '불매운동이 보기 흉하다'는 일부 '깬 사람들'의 불만이다. 보기 흉하다는 것은 특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올 때 그렇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후 중국인들이 한국기업에 보여준 것과 같은 행태다.

만약 한국 사람들도 중국인들이 2012년 일본 기업에 했던 것처럼 회사건물을 부수고 제품을 부순다면 이는 대단히 추악한 범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일제차에 누가 김치 국물을 부었다는 사진이 떠돈다고 했으나 알고 보니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토사물이었다. 차주인이 오히려 쓸데없는 오해가 안 생기게 사진을 삭제했는데, 말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퍼 나르며 '토착왜구'같은 짓을 하고 있다. 일제차에 빨간 스프레이가 칠해진 사진은 2008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얘기에 휩쓸리는 이유는 '한국인은 추하다'는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탄생 이후에도 수많은 격변을 치른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시민운동 방법을 탄생시켰다. 2016년 100만 명이 탄핵요구 시위를 하고도 거리의 쓰레기를 싹 치우고 간 모습은 이후 모든 나라의 저항운동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다. 홍콩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고 있다.

누군가가 밉다고 해서 이판사판으로 그 사람의 사돈팔촌까지 다 들먹거리던 예전 한국인들이 아니다. 학살도 자행했던 군사독재자들과 싸웠던 경험에서 한국인들은 진정한 승리방법을 깨우쳐왔다.

차제에 우리가 2016년에 했던 것처럼,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지나가는 일본인 친구들도 흥미롭게 지켜볼 정도로 유쾌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행여 누가 매장에 들어간다 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국에 유독 '불매운동'만 꼬투리 잡으려는 일부 '깨시민'들에게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일본이 도발했는데 일본 제품의 매출이 잠시라도 아무 변동이 없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 세워진 정신적 기반의 실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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