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명 납입액 또 인상...연금 보험료 납입액 인상보다 연금 관련 신뢰회복이 먼저 아닌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한국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봉인가. 많은 가입자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액을 또 올린단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달부터 월 소득 468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최대 1만6200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하는 상한액 조정 때문이며 약 251만 명이 인상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액을 인상하면서 가입자들에게 할 말이 없는지 부터 묻고 싶다 .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자신들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하고 연금 납입액을 올리든지 바꾸든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아주 소중한 돈이다. 하지만 그간 관리는 엉망이었다. 국민과 기업이 어렵게 마련해서 낸 국민연금이 재벌에 당하고 관리 소홀 또는 운용손실로 줄줄 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예컨대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부실화 때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38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가 문제가 됐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민연금에서는 5조9000억원이나 되는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9월 12일 바른미래당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은 2009년부터 2018년 7월 사이 10년간 잘못 지급된 국민연금 규모가 무려 19만건 1073억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 2일 참여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대응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것을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조작으로 국민연금 손실액이 3343억~6033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상당수 가입자에게 또다시 돈을 더 내라는 통보를 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참으로 뻔뻔하다.

물론 향후 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해 연금을 올려야 할 수는 있다. 매년 해 온 조정이니 올해에도 일부 인상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데 신뢰회복을 위한 이렇다 할 조치 없이 납입액을 더 올린다면 어느 가입자가 이를 수긍하겠는가.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국민연금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안부터 마련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국민들의 공감부터 얻은 뒤 납입액을 올리더라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국민혈세로 부족분을 메워주는 공무원 연금 등은 개혁하지 않고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만 이렇게 돈을 더 내라고 하면 어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나아가 '일부 돈 잘 버는 의사' 등 특수 직업군에 대한 제대로 된 소득 파악, 그들에 대한 납입액 현실화 등은 제대로 하고 국민연금 납입액을 상향 조정했는지도 묻고 싶다. 만일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유리알 지갑인 직장인들에게만 인상 대상이 집중될 경우 그 또한 질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 관련 대형 사고가 나거나 국민연금 납입액 인상 등이 이뤄질 때 마다 일부 가입자가 '탈퇴하면 안되냐'고 따지는 것에 정부와 국민연금은 무슨 말로 대답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국민연금 탈퇴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시킬 납득할 만한 조치들을 취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