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입국거부, 에칭가스 관련 보도... 한국에 보내는 신호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홈페이지 캡처.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홈페이지 캡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대화단계로 변하고 한국과 일본이 냉전시기 강요됐던 우호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최근 들어 꾸준히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자가 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의 15일 한국의 러시아 관광객 16명 입국 거부 기사는 이런 배경에서 주목된다(본지 15일자 보도). 마침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선 에칭가스를 러시아가 제공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여서 더욱 주목된다.

이번 입국거부가 이례적인 것은 거부자 숫자가 16명에 달한다는 것뿐이다. 다른 러시아매체인 스푸트니크는 "매일 한 두 명이 여행목적을 입증하지 못해 입국 거부되고 있지만 16명 전체가 거부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을 뿐이다. 스푸트니크는 인천공항에서 이런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타스도 내용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타스는 이 기사를 톱뉴스로 다뤄 요즘 러시아가 가장 주목하는 해외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진 위에 올려놨다. 사진도 휴전선 철조망에서 근무 중인 군인 사진을 싣고 인천공항이란 언급을 하지 않아 러시아인들이 삼엄하게 무장한 군인한테 입국이 거부된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타스는 다음날 기사에서 입국 거부된 사람을 16명이 아니라 26명으로 수정하고 이들이 모두 15일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내용으로는 특기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적 언론이 톱뉴스로 다룰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무작정 한국에 입국하면 버티는 길이 있다는 얘기가 떠돈다"며 "러시아 내 여론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과의 무비자 협약이 철회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다른 러시아 관광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에칭가스 제공 용의는 새로운 수출품목 확대라는 실용적 목적 외에 한국과 일본 모두에 보내는 외교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지난 3일 18개국 신임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특히 한국과의 우호가 빠르게 증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은 지난 6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던 무렵 한국을 방문해 혁신과 첨단기술에 대한 협력 강화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안정화 협력에 한국이 동참해 줄 것을 제안했다. 타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의 로드맵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고 한국에서 미국의 군사훈련을 줄이기 위해 2017년 마련된 것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외무차관은 지난 10일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관계를 증진시키는 방안으로 시리아, 북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협력을 제안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17~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적 안정에 대한 정식회담을 갖는다.

최근 러시아가 보여준 모든 신호는 한반도 정세의 핵심 당사자가 되고자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소 드물지도 않던 목적불명 러시아인의 입국거부 사례가 러시아 관영언론의 톱뉴스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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