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정치인들과의 우열 역전... "이해도 못한 통화정책을 활용하려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AP, 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년 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이 '필마단기'로 모든 의원들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던 기세가 아니다. 상대는 똑같은 사람들인데 이번엔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을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웃음거리가 된 페이스북의 신세다.

이렇게 우열이 역전된 근본 원인은 무언가. 함부로 '금융의 금기'를 넘어선 때문이다. '첨단기술 만능주의'를 맹신하다 다른 영역의 원칙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지적은 미국 의원의 질문성 비판에도 담겼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회 상원의원들은 16일(미국시간)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가상통화 리브라 담당자인 데이비드 마커스 부회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지난해 4월 저커버그 회장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겸허한 반문 속에 무지한 질문을 던진 의원들을 우습게 만들었었다.

셔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은 위험하다"며 "거대기업들에 더 큰 힘을 집중시켜 주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기록을 보면, 이들에게 사람들 계좌를 가지고 실험할 기회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며 페이스북이 "통화정책과 같은 이해도 못하고 있는 강한 수단을 활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비난만 쏟아진 것도 아니다. 마타 맥샐리 공화당 의원은 "당신들을 안 믿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기집을 청소할 생각은 안하고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페이스북의 "거듭된 기만"을 지적했다.

마커스 부회장은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며 의원들을 진정시키려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고객 정보관리 실패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저커버그 회장은 본인 특유의 짙은 회색 티셔츠 차림도 마다하고 양복을 갖춰 입고 의회에 출석했다. 그는 의원들이 사회관계망(SNS)의 기본지식을 갖추지 못한 질문을 할 때도 조롱이나 야유하는 태도 대신 "죄송합니다. 질문을 이해 못 했습니다"와 같은 겸손한 반문으로 오히려 의원들의 무지함을 더욱 드러나게 만들었다.

청문회 직후에는 저커버그 회장이 모든 의원들을 압도한 듯했다.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은 또 다시 고객정보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거듭된 문제를 철저히 해소도 하지 않은 가운데, 가상통화 발행시도에 나섰다가 통화정책의 상식수준 비판마저 감당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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