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고객 증가로 매출 늘어...현금흐름 개선 · 주가 상승 등 선순환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구독경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제품 판매 증가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전통적 방식과는 다르다. 제품보다는 '서비스', 소유 대신 '접근', 물건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20일 관련 업계와 CNBC 등 외신,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MS는 18일(현지시간) 2019 회계연도 4분기(4월 1일∼6월 30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한 33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이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티엔추오 주오라 CEO는 자신의 저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던 MS가 다시 살아난 것은 바로 구독경제의 힘"이라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AP, 뉴시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AP, 뉴시스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2014년 취임 이후 사업을 상업용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한 구독 모델로 바꿨다. 소프트웨어 CD를 판매하는 대신 고객을 구독자로 만들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에 집중했다. 구독경제를 도입해 사업 전반이 활기를 띠면서 기업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마존의 경우 회원제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해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기준 미국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달하는 1억1000만명이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며 잉여현금흐름은 최근 연평균 29% 증가했다.

시스코는 기존 하드웨어(통신장비) 판매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구독기반 기반 형태의 제품을 2017년 출시했다. '구독매출'이 서비스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8%에서 2018년 48%로 높아졌다.

어도비의 경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모든 콘텐츠서비스를 디지털 기반의 구독모델로 전환했다. 구독매출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8.1%에서 2018년 87.7%로 대폭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세일즈포스는 자사의 모든 CRM 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구독형태로 바꾸면서 영업이익과 잉여현금흐름 등이 각각 20%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 SEI)에 속하는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 역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액증가율 3.6%를 5배 뛰어넘는 수준이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구독모델을 통해 고객들의 반복매출이 증가하면서 현금흐름 개선과 기업가치 증대, 주가 상승으로 선순환이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제품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기존 고객들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독경제를 채택한 기업에서 가입자 수가 예상치보다 덜 늘어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구독경제를 도입한 주요 기업 중의 하나인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분기에 신규 가입자가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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