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硏 "미-중 분쟁 · 日 수출규제 여파, 반도체-철강 직격탄"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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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비금융 상장기업 실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2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산업·글로벌센터가 발표한 '하반기 기업실적과 주요 산업의 업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주요 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2237조원에서 올해 2244조원으로 0.3%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73조원에서 올해 121조원으로 30.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6.7%, 하반기는 –21.9%로, 하반기에 이익 감소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를 비롯해 IT업종은 실적이 부진한 반면 경기소비재와 헬스케어, 산업재는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제외 업종의 이익증가는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지난해 급락했던 수익성이 소폭 반등한데 따른 것으로, 수요 회복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반기 기업실적의 주요 리스크로는 수요 부진과 재고 증가를 꼽았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대부분 산업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했다. 

실제로 상반기에 반도체는 D램 가격이 50% 이상 하락했고, 석유화학과 철강은 각각 대표 품목인 에틸렌과 열연의 스프레드가 40~50% 축소됐다. 정유 업체의 정제마진은 2003년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선은 전세계 상선 발주량이 40% 줄었고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 대부분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연구소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렵고, 양국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업 투자와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데 시일이 걸려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의 재고가 늘어나는 점도 기업실적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상장 제조업체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017년 8.5배에서 지난해 7.7배로 하락했다. 매출액은 1% 이하의 낮은 증가세가 예상되는 반면, 생산능력 확대로 재고자산 증가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재고자산 회전율은 전년 대비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종은 1분기 매출액이 14.5% 감소한 반면, 재고자산은 22.4% 증가했다. 음식료, 기계 업종도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 하반기 산업별 이익전망도 제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우선 반도체는 생산량 증가율 둔화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0.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하반기 중 제조사들이 감산을 보다 확대하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영향으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여, 4분기 이후에는 제품가격 하락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은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9% 감소할 전망이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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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석유화학은 원가율 하락으로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비)가 개선돼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0.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도 정제마진이 소폭 상승하고 재고평가손실 기저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8.1%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는 5년 만에 영업이익 증가 전환을 예상했다. 국내 완성차의 점유율 상승과 인센티브(차량구매지원금) 축소를 반영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6.1%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이 신차 출시로 글로벌 점유율이 상승하고, 수익성 높은 차종의 비중이 높아져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거란 분석이다.

연구소는 "국내 비금융 상장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은 상반기를 저점으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글로별 경기 둔화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할 경우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기업실적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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