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硏, 대기업 회장 5년간 보수 조사
"정몽구 현대차 회장 90억 받아 '연봉 1위' "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최근 5년간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중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최상위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불법행위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복수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며 고액의 보수를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일 발표한 '2017~2018년 임원보수 공시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개별보수(5억원 이상)를 공시한 회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상장회사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중 5 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원은 대부분 사내이사로 전체 등기임원 대비 약 7%, 전체 사내이사 대비 13%의 사내이사가 개별보수를 공시했다.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평균보수는 2017년 12억7500만원, 지난해 13억7900만원으로 그외 등기임원과 보수격차가 컸다. 특히 지난해 보수가 공개된 임직원은 240개사의 516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2017~2018년 고액보수 사내이사와 그외 사내이사간 보수격차가 가장 큰 기업집단은 지에스(GS), 엘에스(LS), 에스케이(SK), 효성그룹 등이며 이들 기업집단은 2년 연속 양 사내이사간 보수격차가 10배 이상이었다.

특히 2013년 개별보수 공시 이후 5년 동안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중에 최상위 보수 수령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 고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제공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5년 현대제철 등기이사 사임 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등기이사로서 보수를 받고 있는데, 최근 5년 중 2017년을 제외한 4년 동안 각각 90억원이 넘는 보수(기본연봉)를 받았다.

손경식 CJ회장은 CJ제일제당 1개사로부터만 보수를 받지만 2015~2016년 단기인센티브로 약 50억원을 수령해 전체 보수총액이 8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역시 특별상여 명목으로 지급된 50억3300만원을 포함해 약 89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 1개 계열사에서 최상위 금액(2017년 63억3000만원·2018년 83억 72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는데, 지난해 사망 후 LG에서 200억원 이상의 고액 퇴직금을 지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뇌물 제공 등 불법행위로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 3개 계열사에서 63억8000만원, 2017년 4개 계열사에서 98억3000만원, 지난해에는 5개 계열사에서 57억 5000만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6년과 2017년에 대한항공 등 3개 계열사에서 각각 66억400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92억원을 초과 수령했다. 한진그룹 계열사는 올해 조양호 회장 사망 후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중 미등기임원으로만 재직 중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과 정상영 케이씨씨(KCC) 명예회장, LG 구본준 및 형사재판 유죄판결 후에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30억원 이상 고액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 지배주주인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서 지난해 이마트에서 30억6900만원, 신세계에서 10억6700만원 등 각각 41억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6년 SK 등기이사에 복귀하며 보수로 15억7500만원, 2017년에는 20억원을 수령했다. 지난해에는 미등기임직원의 고액보수 공시의무로 인해 SK하이닉스 보수 30억원을 새롭게 공시해 2개 계열사에서 총 6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형사재판 유죄 확정 후 사면됐으나 등기임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해 2017년까지 개별보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CJ와 CJ제일제당, CJ ENM 등 3개 계열사에서 무려 160억1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상위 5위 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서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공시)한 등기임원의 수가 많았다. 전체 상장계열사 등기임원 대비 개별보수를 공시한 등기임원의 비율은 아모레퍼시픽, 금호 석유화학, 한국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 네이버 등이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대우건설과 분식회계로 문제가 된 대우조선해양 등은 2년 연속 5억 이상 보수를 받는 임직원이 없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롯데그룹 신동빈, 한진그룹 조양호, CJ그룹 이재현, SK그룹 최태원 등 불법행위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대기업 지배주주들이 지속적으로 복수의 계열사로부터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는 현실은 기업의 임원 보수 산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개별보수 공시 목적 달성을 위해 공시 기준을 현행 5억원에서 하향조정하고, 개별보수 산정기준 등 보수와 관련된 기준과 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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