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축 속 국영기업 민영화 둔화...미국 압력도 점차 커져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9월 중국 후이저우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해당 설비는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비중은 전체 생산능력의 57%에서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애플은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베트남과 인도에 힘을 쏟고 있다. 폭스콘을 포함해 애플의 중국과 대만 파트너들은 베트남 현지생산 확대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일본 닌텐도의 경우 게임콘솔 스위치 생산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장 빨리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린 기업 중 하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삼성이 10년 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박닌성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 절묘한 한 수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현지 생산제품의 약 90%가 수출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다른 글로벌 대기업들도 이제야 중국의 대안으로 베트남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사진=뉴시스.
베트남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사진=뉴시스.

베이커맥킨지와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아시아에 거점을 둔 600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자체적으로도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내수성장 구조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국 수입품목 중 중국의 점유율은 2018년 이후 4.5% 하락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아시아의 점유율은 1.1%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과 인도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2018~2019년 상반기 누계 기준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는 2만8954건, 3516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누계 기준 한국과 일본의 대베트남 총투자금액은 각각 중국의 4배, 홍콩의 3배 수준으로 여전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과 홍콩의 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코트라 베트남 하노이 무역관 측은 현지보도를 인용해 "제조업 분야만 놓고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홍콩과 중국의 투자가 최초로 한국, 일본보다 앞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수출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베트남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으며,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을 통해 수출되는 한국과 대만산 철강에 456%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한편 베트남 정부 역시 관세 회피를 위해 베트남을 우회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하노이무역관 측은 설명했다. 또한 일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부품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수출입 통관을 더욱 엄격하게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국제금융기관들은 베트남 국영기업의 더딘 민영화,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한 제조업 성장 둔화, 은행부문의 느린 개혁 등 요소가 베트남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베트남 경제에 대해 대외적인 큰 변수가 없다면 당초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올해 6.8%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 압력 등의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