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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율 폭등, 과연 막아야 하나
원화환율 폭등, 과연 막아야 하나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8.0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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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에도 세계 경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주요 통화에 대해 저마다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엔화는 세상이 불안할 때 사는 돈이다. 세계 최대 안전통화인 것이다. 기본적인 이유는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이라는 데 있다. 일본은 가정주부들도 해외채권을 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호주달러는 중국경제 지표다. 호주달러가치 절상은 중국경제의 긍정적 전망을 의미할 때가 많다. 호주가 중국에 대해 수출을 많이 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의 원화에 대해서는 최근 외신에서 '세계 교역의 지표'라는 성격을 자주 부여하고 있다.

세계교역이 활발할 때, 원화가치가 절상돼 원화환율이 하락한다. 교역이 경색되면 원화가치가 절하돼 원화환율이 상승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5일 오후 2시8분(한국시간) 현재 1215.55 원이다. 1200원을 넘고 있다는 점보다 전주말보다 1.5%의 보기 드문 큰 폭으로 폭등한 점이 주목된다. 블룸버그 집계는 실시간 거래된 환율이 아니라 몇몇 금융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실거래의 10전 단위와 달리 1전 단위까지 표시된다.

이날의 원화환율 폭등은 일본과의 무역 마찰에 따른 것이다. 여기다 올해 한국 경제의 심각한 과제인 저성장,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달러. /사진=뉴시스.
미국 달러. /사진=뉴시스.

화폐가치는 그 나라의 구매력을 나타낸다. 쉽게 말해 경제력이다.

따라서 원화가치 절하, 즉 원화환율 폭등은 원론적으로 한국 경제가 경계, 또 경계를 해야 할 일이다.

한국이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여서 원화환율 상승이 수출에 도움이 되고 수출기업들이 희망하는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통하는 얘기다.

급격한 원화환율 상승은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원화환율 급등을 반드시 막아야 하느냐다.

뭘 막아야 된다는 가설을 검증할 때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환율 등락은 그게 불가능하다. 급등하는 환율을 막겠다고 당국이 오기를 부리다가 망한 것이 'IMF 위기'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환율도 아니다

환율은 급등이든, 급락이든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순간의 심리가 불필요한 급등락을 가져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조절의 개입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외환당국이 5일 급등을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는데 시장 심리 안정을 위한 선에서 머물러야지, 기어이 외환투기세력을 몰아내겠다고 덤볐다간 1997년의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있다.

환율 급등락을 인위적으로 막지 못하는 이유는 일시적 투기세력의 교란보다 경제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점에 있다.

올라야 해서 오르는 것인데, 막지도 못할 거면 외화의 가격을 나타내는 환율에 경제상황을 반영시키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외환위기 때는 국내 전통의 재벌들 부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외에서는 미국이 대폭적인 금리인상으로 국제 투자자금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환율이 안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 달성한 사상최초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시장개입을 지속했다. 외환보유액을 거덜 냈지만, 끝내 1만 달러도 지키지 못했다. 마침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교역의 지표'인 원화가치의 절하는 당연히 원인이 국제 무역의 경색에 있다. 한국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논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뿐만 아니다. 또 하나 원인인 저성장 역시 교역 경색에 따른 것이다.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마이너스 0.34%로 발표된 지난 4월25일부터 원화환율 급등기에 들어섰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 부진이 원인인데, 반도체의 공급과잉도 원인이지만 무역 갈등에 따른 교역 감소 역시 큰 원인이었다.


엔화환율 하락은 일본에도 큰 고민

원화환율과 함께 진행되는 또 하나 현상은 엔화환율 하락이다. 엔화환율은 105.91 엔으로 106엔 밑으로 내려갔다. 100엔 대비 원엔환율은 1147.72 원이다.

원엔환율은 실거래와 무관하다. 원엔간의 외환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환율은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한국과 일본 금융시장의 신뢰도 비교에 관한 지표가 된다. 너무 높으면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 한국의 신뢰도 문제가 되고 너무 낮으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문제가 된다.

엔화가치가 절상된다고 해서 일본 경제가 반가워할 일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반대다. 아베 신조 총리가 다년간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통해 추구한 소비촉진과 인플레이션 소생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걸 막겠다고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간 환율조작을 철저히 경계하는 미국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

엔화의 세계 최대안전통화란 성격 때문에 특이한 현상도 나타난다. 일본 경제가 불안할 때도 이나라 돈인 엔화가치는 절상돼 엔화환율이 하락한다.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경제와 엔화를 발행하는 일본은행을 별도 주체인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경제도 역풍을 맞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또한 엔화가치의 절상요인이 된다. 일본경제가 불안한건 일본 사정이고, 국제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발행하는 엔화는 더욱 더 신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외환시장에서 우려를 해야만 하는 일이 5일 벌어지고 있다.

환율의 급변동은 원칙적으로 그대로 반영해,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적응하고 새로운 균형상태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 굳이 환율 변동이 문제라면 인위적으로 환율을 막으려 들지말고 환율을 올리고 내리는 요인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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