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매체, 인기 등장인물이 현실 재벌과 다른 요인 분석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 드라마, 특히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등장인물은 재벌 남자주인공(또는 주요 조연)이다.

오랜 세월, 재벌 개혁 운동과 함께 대기업 총수일가의 도덕적 해이, 또는 범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드라마는 좀 다른 세상이다.

겉으로는 재벌을 비난하면서, 집에 가면 재벌을 선망하는 드라마에 푹 빠지냐는 푸념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의 한류문화 전문매체인 숨피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숨피는 최근 기사에서 드라마에서 크게 인기를 끈 9명의 재벌 인물을 소개했다. 공통점은 현실의 재벌에서 볼 수 없는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W'의 강철(이종석)이다. 일단 강철은 만화 속의 인물이다. 그래서 작가의 마음에 따라 능력과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재벌을 앞설 수 있다.

두 번째는 '그녀는 예뻤다' 김신혁(최시원)이다. 재벌이라면 사랑싸움에서 밀릴 때 끝내는 '돈의 힘'을 꺼내들지만, 주인공 남녀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전설의 '단무지 신공'을 남겼다.

사진=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 다음은 '힘쎈여자 도봉순'의 안민혁(박형식)이다. 애인이면서 회사 직원인 봉순을 제압하기는커녕 오히려 깊게 의지한다. 사실 제압할 수도 없다. 봉순이는 괴력의 소유자여서 성인남자가 닭싸움을 벌여도 5초 후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닭싸움 답지 않게 안전헬멧을 썼는데도 결과가 그렇다.

재벌들은 건전하지 못하고 방탕한 생활로 지탄을 받곤 한다. 1970년대 '7공자 소동' 이래 끊이지 않는 논란이다. 운동에 열중하는 '오 마이 비너스'의 김영호(소지섭)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산 것은 이런 현실과의 차이 때문으로 숨피는 분석했다.

재벌의 불의한 경영에 대한 지탄은 끊이지 않는다. '킬미,힐미'의 차도현(지성)은 이런 폐습에서 예외적인 재벌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사악한 부모를 둔 재벌은 그 자신도 사악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미녀 공심이'의 석준수(온주완)는 돋보이는 인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갈 수도 있는 이복형 준표를 진심을 다해 찾아내고 사악한 외삼촌을 징벌하는 일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세상에서 사는 재벌은 외부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해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으로 자주 묘사된다. 이런 본능을 떨쳐낸 '로봇이 아니야'의 김민규(유승호)는 자신이 오랜 세월 박탈당한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여덟 번째는 '피노키오'의 서범조(김영광)다. '마마보이'로 엄마를 위해 나쁜 짓을 서슴지 않지만 끝내는 정의를 위해 거짓으로 자수하며 엄마의 처벌을 유도하는 정말 현실에서 보기힘든 재벌의 모습을 보여준다.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는 재벌이라고 꼭 음울한 성격만 갖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긍정에너지를 가졌다는 상황을 보여줬다.

숨피가 선정한 인기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현실의 재벌과 차이나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시청자들이 현실뉴스에서 "가진 것 다 가진 재벌이 이런 면모까지 갖추면 어땠을까"를 드라마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재벌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는지 니들이 한번 재벌을 해 봐"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재벌이 있다면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지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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