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규제 나설 때부터 일본이 철저히 통제의 끈 쥐려는 의도였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눈길을 끌기 충분하지만, 정말 별 의미 없는 뉴스가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 세 가지 가운데 하나에 대해 7일자로 1건의 수출을 허가했다.

뭐든지 나서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이 한발 물러섰다고 법석을 떨지도 모를 얘기다. 이 정도는 아니어도 일본이 '숨 고르기'를 한다며 사태의 다소 진정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얘기들에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있으려면, 당초 일본이 수출규제를 할 때 지금과 같은 개별허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어야 한다.

한마디로, 당초에 예상됐던 일이 진행과정에 따라 벌어진 것뿐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수출규제를 국제사회에 설명하기를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동등하게 대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말 자체야 거짓말은 아니다. 중국은 그렇다 쳐도 대만과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것도 다 똑같은 절차를 거치고 그동안 한국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럽국가 같은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 일본이 '탈 아시아'를 지향했던 것을 다시 일깨우는 대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이번 수출1건 허가는 앞으로 이 문제는 일본 정부가 전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쥐고 흔들 것이라는 당초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격렬한 항의에 일본이 한발 물러섰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오판이다.

'일본 보복이 말뿐'이었다면서 모처럼 드높아진 국산품 개발의지를 접는 건 더 심각한 착각이다.

핵심부품을 앞으로도 일본공급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하루 24시간을 일본정부 동향, 집권 자민당의 동태, 일본 극우파들의 기분상태에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야 된다는 의미다.

이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일본의 본래 의도에 대해 냉정한 접근이 더욱 깊게 이뤄져야 한다.

과연 일본이 강제징용공 배상금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제전면전을 벌이고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동안 유독 한국만 계속 전범 취급해 온 분노가 누적돼 이렇게 폭발했다고 하기에는 일본의 국정과 외교형태와 너무나 안 맞는다.

이제 서로서로 제 갈길 가려는 생각을 오래 품고 있다가 드디어 꺼내들었을 정황도 다분하다.

미국이 "한국은 이제 개발도상국 아니니 혜택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은 '앞으로는 한국으로부터 안보상 도움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니 지금까지 혜택을 줄이겠다'는 신호도 엿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꼭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함께 만난 바로 다음날 일본이 첫 번째 수출규제를 발표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행간에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금도 계속 북한에 대해 대화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미관계가 진전된다면, 앞서 미국과 중국의 수교 때처럼 일본도 같은 보조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정세변화가 바닥에 깔려있다면, 징용공 문제를 앙보한다 해서 일본이 7월1일 이전으로 돌아갈 턱이 없다. 한국내 친일론자들의 입지 강화를 위한 몇몇 상징적 조치를 한다고 해도 한일관계의 특수성이 갖고 오는 역풍은 전혀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의 일들이 한일관계의 배경 변화에서 비롯됐다면, 양국 관계의 미래 설계는 감정적, 감상적, 충동적 요소들을 배제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한국이 늘 생떼만 부렸다'는 피해의식이 더 많은 상대에게 과거사 사과요구는 이제 더 의미가 줄었다. 예전에는 안보의 이유로 반성하는 척이라도 했었다. 과거사에 대한 대화는 일본 내 지성인 그룹하고만 가능해졌다.

극히 일부 한국인들은 경제성장 단계에서 일본의 도움을 한국이 너무 무시해 이렇게 됐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태도변화가 역내 정세변화를 근거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런 주장은 정말 흘러간 일본가요인 엔카에 젖어 흥얼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일본이야말로 그렇게 충동적, 감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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