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유암코, 일성 공중분해해 배상금 가져갈 것" 주장
4개 기업 분쟁조정 1년 넘게 소요…이달 분조위 상정 주목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키코(KIKO·파생금융상품)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분쟁조정을 앞두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피해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키코 공대위는 탄원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사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청와대까지 키코 피해기업인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했다"며 "심지어 은행은 피해기업인들을 환투기꾼으로 매도·낙인찍어 재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단체는 "다행히 윤석헌 원장 취임 후 키코 재조사의 물꼬를 틀수 있게 됐지만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매우 우려스럽고, 중요한 부분이 있어 이렇게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키코 공대위는 배상금 지급 대상 및 방법과 관련해 분쟁조정 대상 기업 중 하나인 일성하이스코(이하 일성) 사례를 들어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일성은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지분 95%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유암코 지배하에 있다. 만약 은행들이 배상금을 일성, 즉 피해기업으로 입금하면 이 돈은 고스란히 유암코가 차지하게 되고 배상금은 유암코를 거쳐 다시 은행들에 배당금 형식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키코 공대위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배상금 지급 협의 대상을 피해당사자에게 지급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이대로 둔다면 은행들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지급 방식으로 유도할 것이고 유암코는 공장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공중분해 시키고 배상금을 고스란히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현재도 공장매각을 중지한다는 확답이 없고 키코 담당자의 복직조치를 미루는 등 유암코의 일성 공중분해 작업은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윤석헌 원장과, 공대위, 피해기업인들이 들인 그간의 노력이 결국 은행들 주머니를 다시 채워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키코 공대위는 "수많은 피해기업인들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분쟁 조정안이 피해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한 조정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암코 측은 일성 공중분해 시도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최근 회사 수주물량이 늘어 필요한 운전자금 5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확정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울산공장 매각 건에 대해서는 "회생계획안에 따른 것으로 향후 적정매수자가 나타난다면 매각할 수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남화통상, 원글로벌 등 4개사로부터 키코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1년여간 조사 끝에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키코 분쟁조정위원들을 대상으로 키코 상품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이달 중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은행의 피해 배상비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석헌 원장도 지난달 24일 기자들에게 "키코 공대위와 은행 양쪽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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