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 댓글 "한국은 많은 돈을 받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워싱턴포스트가 11일(현지시간) "반성 없는 일본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한국의 관점에서 이 기사에는 현재 갈등의 핵심이 빠져 있다. 일부 서구인들이 "한국은 많은 보상을 받고도 끊임없이 사과를 요구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구언론은 '그단스크'와 '독도'의 차이가 독일과 일본이 지역사회에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그단스크는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폴란드에 내준 도시 단치히의 오늘날 이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신이 쓰고 있는 삼성 전화기와 태블릿의 가격이 곧 오를 것"이라며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한 논란이 일본과 한국을 경제전쟁 직전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제국주의 일본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가운데는 수 천 명의 종군위안부 학대와 한국문화 말살을 위한 일본어교육 강요가 포함된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45년 종전 후 한국에서 일본과의 화해와 피해자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미국은 과거사 문제를 일소하고 식민기간과 같은 경제적 관계를 복원하려고 했다. 공산주의 팽창을 막는데 주력했던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발표 중계화면. /사진=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발표 중계화면. /사진=뉴시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압력으로 1965년 한국은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위해 전임자들보다 더 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는 국민들의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박정희의 독재정부는 국회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공안장치를 갖고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다.

이 신문은 조약을 통해 일본은 한국에 8억 달러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했고 한국은 식민통치와 전쟁기간 중 피해에 대한 보상요구권을 양도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한국은 약속된 지원뿐만 아니라 일본의 우선 투자처가 됐고, 양국이 서로 큰 이익을 보면서 과거사를 거론하기를 회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조약이 일본에게 과거 범죄 회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국정부 모두 협상 때 피해자의 입장을 제기하지 않았고, 조약은 개인이 일본정부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피해자에게 지급될 수 있는 돈을 일괄적으로 받았고, 일본정부는 이로 인해 보상이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상황이 계속 이렇게 전개되지 않았다며 1980년대와 1990년대 군사통치가 물러나고 한국이 민주화되자 일본의 전쟁범죄 피해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고 전했다. 종군위안부는 가장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문제에 대해 50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과 똑같이 흠집이 많은 타협을 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타협을 철회하고 설립된 재단을 해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공동보상하는 새로운 제안을 일본에 했으나 일본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법원은 강제징용공에 대해 일본기업들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단지 돈과 보상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지지도가 낮아질 때 일본을 쉬운 표적으로 삼아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역시 잘못을 뉘우치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갈등을 격화시켜왔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지도자들이 몇 차례 사과 발언을 했지만,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같은 행동을 통해 사과 발언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행동을 지속해왔다.

일본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행위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쟁범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해 교육하는 공공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임자들보다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사과 전망은 없다고 전했다.

일본의 어린 세대가 과거범죄를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배우는 이런 추세는 국수주의적 경향을 강화시켜 현재의 무역 갈등을 악화시킨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과 일본이 무역 전쟁에 가지 않고 화해를 할 수는 있지만, 일본이 이웃국가들에 대해 일관되게 폭 넓은 화해를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시아는 언제든지 또 다른 경제 또는 군사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두운 과거를 인식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번영을 맞기 어려우며 이로 인해 전 세계가 그 결과에 시달릴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일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단스크'와 '독도'의 차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기사의 댓글에는 "일본이 많은 돈을 제공했는데 한국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는 투의 댓글이 쉽게 눈에 띈다.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서구인들이 흔히 보이는 태도다.

우선 이 기사에서는 일본이 한일 외교정상화 후에도 끊임없이 독도에 대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생략돼 있다.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 패전 이후 그단스크를 포함한 많은 영토를 폴란드와 프랑스에 할양했다. 종전 이후 이 영토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다. 이는 주변 국가들에게 다시는 과거와 같은 침략을 하지 않는다는 신뢰의 상징을 이루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 결과 오늘날 독일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을 통해 유럽을 대표하는 국가의 위상을 갖췄다.

이와 달리 일본은 독도를 포함한 제국주의 시절의 침략영토 반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한 편으로 개헌을 통해 외국의 분쟁에 개입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일본의 주변국들이 절대로 일본을 독일처럼 대할 수 없는 핵심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을 서구사회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일 갈등의 핵심은 절대로 돈이 아니라 과거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는 현재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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