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기업 공익법인 출연시 상속증여 면제주식 20%로 확대" 주장
박 의원 "총수일가 민원 해결하려는 꼼수"…의결권 제한 법안 발의

박용진 의원. /사진=뉴시스.
박용진 의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이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를 겨냥해 "공익법인을 사실상 사익편취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공익법인 및 최대주주할증평가 관련 상속세제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경우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 비율을 현행 5%에서 2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전경련의 주장은 사회적 공헌이라는 원래의 목적은 허울뿐이고 세금 없는 상속 증여와 경영권 지배 및 확대로 공익법인을 악용하려는 반사회적 행위를 오히려 강화하겠단 뻔뻔한 요구"라며 "특히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재벌총수 일가의 온갖 민원을 해결해 보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공익법인은 재벌 편법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그룹, 한진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을 꼽았다.

삼성SDI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이듬해인 2016년 2월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매각했다. 30만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매입했고, 170만주는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나머지 200만주는 삼성생명에 딸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샀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결국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유지됐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된 4577억 규모 유상증자에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인 정석인하학원을 이용했다. 정석인하학원은 진에어 등 계열사 5곳으로부터 45억원의 현금을 증여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52억원을 넣었다. 대한항공은 이전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아, 정석인하학원 입장에서는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설립한 현대차정몽구재단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활용됐다. 재단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과 글로비스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했는데, 이는 정몽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본인 지분을 일부 출연한 것이다.

당시 이노션은 총수 일가 지분이 80.0%, 현대글로비스는 43.4%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지만 정 회장 등이 지분을 분산한 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 30% 아래인 29.9%로 낮아졌다. 결국 두 계열사는 정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갔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공익법인은 재벌의 총수지배력 향상을 위한 친위부대로 활용돼 왔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벌 공익법인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일반 공익법인도 수익용‧수익사업용 재산가액의 1%를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재벌 후계자가 최대 주주의 지분을 상속할 때 10~30%가 붙는 할증률을 대기업의 경우 일관 20%로, 중소기업은 0%로 낮췄다. 즉 공익법인을 지배력 강화나 상속‧증여세 탈루의 창구로 활용하지 말고 세금납부 등 정당한 방법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하라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번 전경련의 보고서는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나 편법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적극 인정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재벌 총수일가가 아직까지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하기는커녕 편법과 꼼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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