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이 네 약이지?"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약을 건네는 우물신령. 남다름이 특별출연으로 연기했다. /사진=tvN 동영상 화면캡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나무꾼이 도끼를 물에 빠뜨리자, 그의 정직함을 높이 평가한 신령님이 금도끼, 은도끼를 모두 선물로 준 것은 아주 유명한 전설이다.

한류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오래된 전설과 기담들도 훌륭한 문화상품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해외 한류전문 매체인 숨피는 14일 최근 방영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 전설과 관련한 장면을 한 주 동안 시청자를 7번 들었다 놓은 장면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한국드라마와 K팝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에서도 국내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령님이 등장한 장면은 착한 행동을 권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귀신들 전용호텔인 델루나를 운영하는 장만월(이지은, 예명 아이유 연기)이 인간인 구찬성(여진구)에게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괴로우니 귀신 보는 능력을 포기하는 약을 먹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라고 강하게 권유하고 있었다. 구찬성은 귀신인 장만월의 혼을 보호하는 사명을 다하겠다며 약을 근처에 있던 우물에 던져버리며 결연한 의지를 과시했다.

상당히 비장하고 애틋한 분위기는 우물신령(남다름 특별출연 연기)의 등장으로 급변했다.

"이 약이 네 약이냐?"며 갑자기 나타난 신령은 그가 오랜 세월, 정직한 나무꾼만 격려한 것이 아니고 우물 근처에서 사람들이 빠뜨리는 휴대전화, 범죄 은폐를 위해 내던진 USB, 아이들이 빠뜨린 축구공 등을 끊임없이 건져주며 지내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회만 나올 것 같았던 신령님이 또 등장해 상황을 꼬이게 만들자, 비장했던 구찬성은 당황할 뿐이었다.

여름철 귀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여서, 오래 전해지는 다른 기담들도 이 드라마에 등장한다.

무시무시한 화장실에서 사람들에게 "파란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라며 겁을 주는 귀신도 이 호텔에 투숙객이 됐다. 지배인인 구찬성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하며 다가가자 구찬성은 코를 틀어막고 "도대체 몇 년 동안 이걸 해 오신 겁니까"라고 물으며 귀신을 객실로 안내한다.

앞으로의 전개에서도 전래 기담들이 어떤 형태로 현대 드라마와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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