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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정책, '사마양저'의 감동에서 벗어날 때다
인사정책, '사마양저'의 감동에서 벗어날 때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8.1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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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와 전세계 역학의 전환기, '더 잘할 사람'이 절실한 시기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

제나라 경공이 어느 저녁, 여인들과 술 한 잔을 나누다 나라를 튼튼히 지키는 장군 전양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의 집으로 전양저를 찾아갔다. 임금이 온다는 소식에 전양저는 갑옷을 갖춰 입고 나가 "다른 나라 제후가 침범해 왔습니까? 대신들 가운데 누가 반란을 일으켰습니까"라고 물으며 맞이했다.

임금이 각별한 호의로 좋은 술과 음악을 나누기 위해 찾아왔음을 알게 되자, 전양저는 "대저 적군을 막고 역적을 죽이는 일만은 청컨대 신을 불러서 상의합시오.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주공의 좌우에 얼마든지 있는데 어찌 갑옷 입은 신하가 필요하겠습니까"라며 사양했다.

앞서 뛰어난 명신인 안영을 찾아가서도 비슷한 대답을 듣고 온 경공은 흥취를 잃고 말았다. 그는 양구거라는 다른 신하의 집에 가서 여흥을 달래다가 환궁했다.

다음날, 안영과 전양저가 입궐해 전날의 일을 사죄했다.

경공은 "경들이 없다면 과인이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리요. 그러나 양구거같은 사람마저 없다면 과인은 무료해서 어찌하리요. 과인은 그대들 직무를 간섭치 않을 터이니 경들도 과인을 너무 간섭치는 마오"라고 말했다.

임금을 문전축객했어도 안영과 전양저는 여전히 줄곧 제나라의 국정을 맡아 강(姜)씨 제나라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다.

전양저는 사마(司馬)라는 벼슬을 맡아서 사마양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2.

진(晋)나라 도공은 춘추시대 진나라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끈 현군이다. 중군위 기해가 나이 70여세에 이르러 사직을 청했다.

"경의 자리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는가."

"해호가 적임입니다."

"해호는 경의 원수가 아닌가."

"주공께서는 신에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신의 원수를 묻지 않았습니다."

해호가 얼마 후 병으로 갑자기 죽었다.

도공은 다시 기해를 청해 후임자를 물었다.

"기오가 적임입니다."

"기오는 경의 아들이 아닌가."

"주공께서는 신에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신의 자식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도공은 기해의 천거에 따랐다. 이밖에도 다른 요직에 철저히 능력 위주로 인물을 등용해 진나라는 오늘날의 미국과도 같은 맹주의 지위를 계속 지켜나갔다.

그러나 다음 임금 평공에 이르러 국정이 어지러워졌다. 명성이 높은 양설적과 양설힐 형제가 누명을 쓰고 반역죄로 처형될 위기에 몰렸다.

은퇴해 있던 기해는 급히 조정의 유력자들을 찾아다니며 이들 형제를 적극 변호했다. 기해의 공정한 명성이 작용해 마침내 양설형제가 풀려났다.

형인 적이 동생 힐에게 "우리가 이번에 살아난 것은 노대부 기해 덕분이니 그 어른께 인사를 가자"고 말했다.

힐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가 우리를 살려준 것은 나라를 위해서지 우리 형제를 위해 애쓴 것이 아닙니다"고 대답했다.

적은 그래도 양심상 그럴 수 없어서 기해를 만나려고 아들인 기오의 집을 찾았다.

기오는 양설적을 맞아 "아버지는 두 분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뵙고 난 후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셨지요. 내 집에는 들르지도 않으셨소"라고 말했다.

양설적은 자신의 식견이 힐에게 크게 못 미치는 것을 깨달았다.
 

제경공(가운데)이 노소공과 회맹하는 도중 안영이 올린 복숭아를 받는 모습. /사진=김구용 열국지 삽화. 어문각 1967년.
제경공(가운데)이 노소공과 회맹하는 도중 안영이 올린 복숭아를 받는 모습. /사진=김구용 열국지 삽화. 어문각 1967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직후 인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발탁이다. 그는 대위로 군복무할 때 사마양저의 고사와 비슷한 일화를 남겼다.

사령관이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면서 여군들을 '예쁜 사복차림'으로 보내라고 강요한 것이다. 사령관 참모는 피 대위에게 욕설까지 하면서 강요했다고 한다.

피우진 대위는 여군들을 보내긴 했지만 사복이 아닌 전투복 차림으로 보내면서 "명령하신 병력을 보냈습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말이 약간 보태져 여군들이 완전군장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경우처럼 현실은 수 천 년 전 고사와 달랐고, 군 간부들의 반응도 제경공과 전혀 달랐다. 피 대위는 이로 인해 보직해임이 됐었다고 전한다.

규율도 무시하는 상급자의 '갑질'을 청소하는데 있어서 피우진 처장의 발탁은 일석십조를 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렇게 발탁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 기대에 못 미친 사람은 있어도 전반적으로 국가 전체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평생 억울한 일 참고만 살아야 된다는 그릇된 비관주의를 밀어내고 조직의 말단단위에서도 내 역할은 다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솟아나 몇 차례 실제효과를 보여줬다.

이제 현 정부 임기가 중반을 맞이하고 있다. 통상적인 임기 중반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로 중대한 일들이 더해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 북한의 끊이지 않는 무력도발에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의 최대 간접영향권에 한국이 있다. 여기다 러시아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동향도 더욱 적극적이 되고 있다.

국정의 핵심부문에 있어서 이제는 '감동의 사연'만으로 대응할 차원을 넘어섰다.

각 부문별로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을 찾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능력이 중시되는 거시경제분야가 그렇다.

사실 거시경제는 대외부문의 불안요인에 훨씬 앞서 저성장의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었다. 이것을 일시적인 지출확대만으로 대응하는 건 오늘의 고난을 피하기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일이란 비판도 받는다.

진정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거나 그 밑거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정책 기술자들'이 절실한 시기다.

서둘러 눈여겨 찾아봐야 될 것이 혹시 억울하게 '적폐의 한 부류'로 간주돼 능력발휘 기회를 못 찾고 있는 경제정책 전문가들은 없나라는 점이다. 심각하게 때묻은 사람은 그 버릇 여전하고, 또 당시 보여준 능력이란 것도 별 것이 없다. 그러나 불편부당한 처신으로 일관했는데 관성적으로, 또는 말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편의상 특정 부류로 간주된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사실 기획재정부는 이전 정부들에서부터 줄곧 '대통령의 신임'만을 앞세운 사람들이 최상위 직급을 맡으면서 재무관료 특유의 과감성과 전문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관이 과연 얼마나 부하 관리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지가 의심스런 시절이 이어졌다.

우선, 경제재무 부처 관료들의 조직력을 부활시켜 방향이 정해지면 효과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일할 관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거시경제만큼은 철저히 경제 관료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맡겼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보는 사람들은 '모피아'라는 말을 만들어서 경제 관료들이 민심 위에서 놀려고 덤벼든다는 말을 지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는 지독한 모피아로 알려졌던 사람이 오히려 당시 정부 방침의 전도사 비슷하게 변신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그 가운데 상당수는 정권교체 후 줄곧 야인으로 머물 정도였다.

전문성 있는 '드림팀'의 등장이 절실해 진 것은 외교 분야도 포함된다.

이것은 지금 당장 누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어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대외관계가 이전과 전혀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기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우리 스스로에게 혹독하게 얘기하자면, 사실 한국의 외교는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다. 해방 이후 냉전시기 한국전쟁까지 겪고 그 후에도 여전히 한미동맹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이때는 오히려 한국이 독자적으로 뭘 했다가 미국과의 공조체계에 혼란이 줄 소지도 있어서 좀 심하게 말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더 안전할 정도였다. 이런 점 때문에 외교 인력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후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는 이러한 한국의 대외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 스스로 장기적인 국제역학 분석능력을 갖추는 한편으로, '이번에도 다른 강대국이 해결해주겠지'라는 타성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제한적인 외교를 해왔다 해도 이 분야에 오래 몸담으면서 갖춘 전문성과 경험은 다른 분야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외교전문가는 한마디로 '아'와 '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사람들이다. 이걸 모르고 외교를 하는 것은 알몸으로 중무장한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

동시에 오로지 미국만 바라본 한국 외교의 제한적 역량 때문에 지역마다 현지전문가들이 보강되는 점에 대해서도 기존 외교 인력들이 그 절박한 타당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두 부류의 인력들이 마찰음을 내지 말고 국가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유기적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조화를 이끌 수 있는 것도 정부의 적재적소 인물발탁이다.

두 번째 고사 기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은 한국축구의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김 감독이 황의조를 발탁하자 한 때 '축구계의 군계일학이라던 김학범도 자기인맥을 찾는다'는 비판이 등장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골을 기록해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저런 비판을 했던 사람들은 현재 그런 기억을 지우려고 몰두하고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사회분야에서도 이런 안목이 발휘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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