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경제적 외침'의 시기... 두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쳐들어오는 외적을 물리치는 때가 되면, 그 나라는 당연히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적을 물리치는 일에 단합해서 나서게 된다.

우리가 뭘 잘못해서 여기까지 왔느냐는 나중 일이다. 당장 눈앞에 쳐들어온 적을 물리치고 난 다음에 찬찬이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고 책임질 사람 책임을 지게 한다.

만약 이성계가 외적의 침략에도 "왕이 썩었고 이인임이 썩어서 이 모양"이라고 불평이나 하고 아무 일도 안했다면, 그는 새 왕조의 주인이 되지도 못했고 그의 손자가 한글을 만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왜구와 야인이 쳐들어올 때마다 갑옷투구를 단단히 갖춰 입고 적을 물리치는 일이 거듭되자 모든 민심이 그를 따랐다. 마침내 그가 "고려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결단을 내렸을 때 민심이 그와 함께 해 새 왕조 개국을 이뤄냈다.

한국은 900여 차례의 외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딱 하나의 적이 침략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 자들이 또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자기가 좀 배웠다고 자처하면서 "어차피 우리는 기술로 일본에 안된다"는 비관론이나 읊어대는 자들은 고려말 외적을 물리칠 실천력은 하나 없고 글 솜씨로 세태비판이나 하던 무기력한 선비들과 다를 바 없다.

국가가 뭔가를 하려할 때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 무슨 일을 해도 소용없다"는 궤변까지 늘어놓는 것은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 공작에 매수된 6국의 벼슬아치들이 자기 임금을 속인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언젠가는 우리 스스로 무슨 일을 현명하지 못하게 대처했는가를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을 물리치고 난 뒤에 할 일이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한 것은 이 땅에 왜구나 야인, 또는 명나라 군대의 침략이 사라졌을 때다.

나가서 싸우는 일은 안하고, 전선의 장수들 뒷덜미나 잡는 사람은 절대 이성계가 될 수 없다.
 

조선 개국태조 이성계. /사진=뉴시스.
조선 개국태조 이성계. /사진=뉴시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엄청난 인사파동에 휘말렸다.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사람의 학자시절 논문이 심각한 자질논란을 초래했다. 하지만 그가 당시 절실한 교육개혁의 유일한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에 쉽게 그를 퇴진시키지 못했다.

친정부 성향의 일부 매체는 적극적으로 그를 옹호하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런 글을 쓴 언론인들은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유일한 교육개혁 적임자' 논리에 동의하고 있었다.

끝내 후보자는 사퇴했다. 그를 옹호했던 언론인들은 그의 퇴장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도 더해졌다. 노무현 정부는 그를 끝까지 보호하려다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11년 후, 그 후보자는 또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행보는 정반대가 됐다.

그의 정치적 선택이 2005년 옳았는지, 2016년 이후가 옳은 것인지는 누가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는 남았다.

2005년 당시 그를 방어하는 일에 나섰던 언론인들은 이제 무슨 일을 하는데 누구만이 '유일한 적임자'라는 주장을 절대 믿지 않게 됐다. 사람은 때가되면 너무 쉽게 바뀌더라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무리를 해서 집착하는 것이 부질없음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알려진 것과 실제가 이미 너무나 다른 사람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외적이 쳐들어오면 모든 사람이 합심 단결해 적을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

그렇다면 적을 물리치는 때가 되면, 단결에 저해가 되는 모든 것을 근절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논란이 돼 단결에 걸림돌이 된다면, 스스로 용퇴해야 하고 퇴진시켜야 한다.

억울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걸 다시 살펴보는 것은 적을 물리치고 천하가 평온해 졌을 때 해야 할 일이다.

영토든 산업이든 나라의 영역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런 때는 그 사람만이 적임자라는 그 일을 지금 당장 해야 할 시점도 아니다. 적을 퇴치하고 나면, 그 때는 국정을 맡은 사람들의 신망과 권위가 더욱 높아져 미뤄뒀던 모든 일들이 더욱 순조롭게 풀려나간다.

쳐들어오는 외적을 맞이하는 때는 모든 것이 단순명료해진다. 적을 물리치는 것 말고 딴소리를 하지 말아야 하고, 단결에 걸림돌이 되는 일을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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