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분열 계속되면 가장 좋아할 세력은 북한, 일본 등...
국민단합, 상생, 협치 '시급'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국민과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특히 기업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형국이 눈앞에 닥칠 때 가장 난감해 한다. 지금처럼 당장의 현실도 극복하기 어려운데 동시다발적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이 그렇다. 난세다.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안으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여러 의혹들이 정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후 밖으로는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이다.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여부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후 미국 행정부는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북한은 남한을 위협할 신무기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 불안도 끝나지 않았다.

안보, 외교, 경제 상황... 편하게 돌아가는 게 거의 없다.

국방과 안보가 잘돼야 나라 경제가 흥한다. 안보가 불안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사업하기를 꺼린다. 국방-안보가 불안하면 돈 있는 사람들은 투자 대신 가진 돈을 가장 안전한 곳에 숨기려 든다.

외교가 잘 돼야 나라가 편해진다. 좋든 싫든 이웃 또는 우방들과 잘 지내야 경제가 고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사면초가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슬기롭게 풀어내야 하는 게 외교인데 최근의 한국 외교는 아쉬움이 많다. 

경제가 잘 돼야 나라가 안정되는데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다. 양극화 심화 속에 자영업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도 버거운데 한-일, 한-미 관계까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한다. 직원 채용도 꺼린다. 눈치 보는 기업이 늘어난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에서 떠날 수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관련 논란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관련 논란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뉴시스.

국민이 단합하고 상생하고 화합해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우리는 '위기국면'이라고 부른다. 지금 한국의 처지가 그렇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진영 간 다툼이 아주 심각하다. 국민들은 좌불안석이다. 일부 장관은 국회에 나가서 목청 높여 싸운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하는데 일부는 그런 자세마저 버렸다. 부동산 정책 등은 너무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 일부 장관 후보자는 각종 의혹으로 다수의 국민을 분노케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 그리고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좋을지 모를 처지에 몰려 있다. '각자도생'이라도 해야 할 다급한 상황이다. 

정부, 정치권에 촉구하고 싶은 말이 많다. 제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정책을 해달라고. 제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람들을 앉혀 국정을 이끌게 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바닥 민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변심은 소리 없이 이뤄질 수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살기가 불안해지면 그 국민들은 변심하게 돼 있다. 정치나 정책하는 사람들은 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 정책을 해도 경제가 나빠지면 원망만 늘어나는 게 민심이다.

정부나 정치권을 향해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자승자박 즉 '자신의 말과 행동, 결정이 오히려 자신을 구속시키는 행위'는 역풍을 몰고 올 뿐이다. 정부, 정치권이 자승자박 하지 않으려면 국민 앞에 오만하지 않아야 한다.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세력만 감싸는 정책, 정치가 남발돼선 안 된다. 진영논리보다 전 국민을 우선하는 자세가 중요한 때다. 

과거 '제2공화국'이라는 드라마가 기억난다. 당시 윤보선 대통령이 총리를 자기편 사람으로 앉히려다 국회의 반대로 실패한다. 결국은 장면 총리 체제가 들어선다. 그 드라마에서 장면 총리 역을 맡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배우 김무생은 육중한 목소리로 "윤보선(이순재 분) 대통령 측의 자승자박이 나를 총리로 만들었다"고 역설한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부나 정치권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을 이겨야 하는 싸움판에서 내분을 잠재우는 일이 최우선임을 정부, 정치권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국민 삶과 경제가 불안하지 않게 나라를 운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한 요즘이다. 대한민국이 자승자박 하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자, 정치권은 통큰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내부 혼란이 커지면 가장 좋아할 세력은 북한, 일본 등 우리의 경쟁자 또는 대립자들 뿐이다. 국민화합, 상생, 협치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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