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DB그룹, DB손보 등 계열사로부터 연간 175억원 상표권 사용료 받아"

DB손해보험 본사. /사진=임민희 기자.
DB손해보험 본사.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DB그룹(구 동부그룹)이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DB손해보험 등 계열사로부터 연간 약 175억원의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2일 논평을 통해 "DB그룹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중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거래 현황에 따르면 DB손해보험, DB생명보험, DB하이텍, DB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총 29억3000만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사실상 지주회사인 DB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거래가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회사기회유용은 이사, 경영진, 지배주주 등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자신이 대신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DB그룹은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DB가 지난 2017년 6월 'DB' 상표권을 출원한 후 각 계열사들이 임시주주총회 등을 열고 상호를 모두 DB로 변경했다. 동부화재의 경우 2017년 10월 13일 임시주총에서 상호를 DB손해보험주식회사로 변경했다.

하지만 DB손보가 상호를 변경하면서 사용하게 된 상표는 DB가 2017년 12월 4일 출원했으며 DB생명과 DB하이텍, DB금융투자 등 계열사들도 모두 DB가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DB그룹 계열사들은 DB에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총 29억3000만원을 지급했으며, 이중 DB손보가 23억7000만원으로 81%를 차지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주장했다. 이를 연단위로 환산할 경우 총 175억여원(DB손해보험은 약 142억원)에 달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자료=경제개혁연대 제공
자료=경제개혁연대 제공

경제개혁연대는 "그룹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76%)을 차지하는 DB손보가 연간 약 150억원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DB에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DB손보는 그룹명 변경 이후 회사의 상표권을 본인이나 그 자회사가 아닌 DB가 출원하도록 하고 그 사용료 대가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DB는 유가증권 상장회사로 현재 최대주주인 김남호(동일인 김준기의 장남)와 그의 친족이 지분 39.49%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상(제23조의2 제1항 제2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DB손보)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상장 3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DB)에 제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동법 시행령에서 ▲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회사가 사업기회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DB손보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회사가 사업기회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거나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DB손보가 직접 상표권을 개발·출원했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DB그룹의 상표권 거래가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는 DB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금감원도 DB손보와 자회사의 상표권 거래 및 상표권 관련 의사결정의 적정성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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