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장 어렵다"는 보도 나온 뒤 사흘 만에 아람코 회장 전격 교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뉴욕 주식시장 상장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로이터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지 사흘 후인 2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에 대해, 오일프라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용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이 겸직하고 있는 아람코 회장을 야세르 오트만 알-루마이얀 국부펀드 회장으로 교체했다.

오일프라이스는 "최근 며칠 동안 현지 언론이 에너지광물자원부의 역할을 분할할 경우의 효과에 대한 보도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또한 아람코 상장의 첫 단계를 올해 안에 완료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 매체는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일프라이스는 "아람코 회장에서 물러난 알-팔리 장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일 뿐만 아니라, 언론에 적합한 성격으로 국제 외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평했다. 알-팔리 장관은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정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지난 주 에너지광물자원부의 분할과 아람코 회장 교체는 알-팔리 장관이 가졌던 권력의 축소를 나타내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알 루마이얀 신임 아람코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의 핵심인맥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언론이 그의 취임을 아람코 상장을 위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 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 뉴시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가 석유수출 중심에서 탈피해 산업화하는데 필요한 재원 마련의 한 방법으로 아람코 상장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아람코 상장은 구시대 통치 엘리트들의 우려를 사고 있었다. 알-팔리 장관 역시 재고를 요청해 왔다고 오일프라이스는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부친인 살만 국왕은 원로세대의 우려를 반영해 지난해 8월 아람코 상장을 보류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는 앞선 4월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에 반대하는 아랍국들과 같은 입장을 표한데 이어 두 번째로 살만 국왕이 주요 정책을 되돌린 사례다.

로이터는 당시 "살만 국왕이 역사의 평가를 대단히 의식한다"며 ""누가 아람코를 팔았으며 누가 팔레스타인을 팔아 넘겼느냐는 비평을 의식하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살만 국왕은 2015년 1월 즉위한 후, 빈 살만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하기 위해 두 차례나 왕세자 교체를 단행했다.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하기 위해 다소 무리가 따른 조치를 취하다보니 전통적 통치엘리트들과 절충하는 것이 불가피했던 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아람코 회장 교체는 빈 살만 왕세자의 실질적 통치가 더욱 분명해짐을 나타냈다고 오일프라이스는 전했다. 최근 임명된 새 장관들이 모두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들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됐지만 그의 주요 정책들은 그대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오일프라이스는 전했다.

알-팔리 장관의 위상이 약화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원로세대의 통치력 약화와 함께 빈 살만 왕세자가 빈 자리를 차지하면서 권력을 더욱 단단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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