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밀접히 연결된 한국의 새로운 장기 국가전략 수립 시급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손자가 영국 보수당에서 출당된다. 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자체가 영국의 고립주의를 나타내는데, 노딜 브렉시트는 이보다 더 고립적인 것이다. 그동안 서방 경제를 이끌어온 미국과 영국 양대 강국에서 고립주의 성향이 거세져, 이 나라들의 근본을 이루는 영웅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가 경제가 해외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기에 장기 국가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보수당은 처칠의 혈통인 니콜라스 솜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한 21명의 의원들을 출당시킨다는 방침이다. 존슨 총리는 곧 의회를 해산하고 10월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당 대상 의원에는 최장 연속 등원의 켄 클라크 하원의원,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등이 포함된다고 로이터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총리로 승리를 이끌어낸 영웅이다. 그는 전쟁 초기 영국이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게 극도의 열세에 몰렸을 때 네빌 챔벌레인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당시 독일은 폴란드 등 동유럽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점령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아시아의 일본이 동맹을 맺은 추축국들은 유럽대륙에서 중립을 지킨 스페인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사실상 영국 혼자 유럽을 석권한 나치에 외롭게 맞서고 있었고 미국은 1941년 12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 때까지 참전하지 않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독일군 폭격기들이 심야 런던 시내를 무차별 폭격을 하고 나면, 처칠은 독일에 반격하는 폭탄에 서명을 하는 등의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영국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처칠 총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요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3대 연합국 정상이었다. 이들과 함께 아시아에서는 당시 중국 대륙을 이끌던 장제스 총통이 주요 연합국 정상으로 1943년 카이로 회담에 참석해 종전 후 한국의 독립을 제안했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 현대사의 뿌리를 이루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혈통인 솜스 의원의 존재는 이런 점에서 유명 인사의 자손이란 점보다 더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솜스 의원은 조부인 처칠 전 총리가 이같은 상황을 보수당의 종말로 받아들일 것인지란 질문을 받고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나쁜 저녁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존슨 총리가 취임한 후 6주 동안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대 영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각료 축출 가운데 하나를 벌이고 있으며 합계 330년 등원 경력의 의원들이 출당된다고 보도했다.

솜스 의원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인 보수당 지도자로부터 내일 내가 37년간 소속의원으로 활동한 보수당을 떠나야 한다고 편지를 쓰는 슬픈 임무를 하게 됐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이것은 전쟁의 운명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솜스 의원은 처칠 총리의 5자녀 중 막내인 매리 솜스의 아들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014년 자서전에서 처칠 총리에 대한 존경심을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앤드루 아도니스 전 교통장관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처칠 전 총리는 스스로 당을 떠나는 선택을 했을 것으로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총리가 되기 전 처칠은 챔벌레인 총리가 히틀러와 협상하는 것을 비판했다. 챔벌레인은 처칠이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트럼프'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강한 자국 중심주의 성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 취임 전부터 각별한 우호를 표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전쟁 영웅인 존 맥케인 전 상원의원의 생전 그가 포로로 잡혔던 사실을 조롱하며 관계를 악화시켰다. 맥케인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이다.

서방의 양대 핵심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자국 중심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경우 전세기 영웅들의 발자취를 밀어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거센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이기주의를 억제해주던 인류 보편의 가치관이 크게 약화된 현재의 국제 정세다. 자국의 영웅들을 등한시하는 일도 마다않는 강대국들이니 세계 공통의 가치관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 경시할 수 있는 시기를 맞고 있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들은 민관과 정재계를 통틀어 깊이 있게 장기 미래전략을 세울 인재그룹의 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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