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도 심각한데...기업들까지 서로 헐뜯으면 우리 경제 앞날 장담 못해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재계마저 정치권처럼 서로가 총질 할 건가. 그렇잖아도 극심한 정쟁과 대외관계 악화로 한국 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인데, 한국 경제를 직접 짊어지고 있는 대표 재벌들마저 싸움박질을 벌여 우리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지금 최악의 위기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한-일 관계 악화, 남-북 관계 악화, 글로벌 경기둔화 및 수출시장 냉각 등 동시다발적 악재 속에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를 진단하면서 2% 대 성장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이정도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주요 기업들이 사활을 건 생존노력을 해 줬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일본을 이기기 위해 온 국민이 노심초사 우리 기업들 잘되기만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이때 기업들마저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여 국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엔 LG유플러스가 KT,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조사해 달라며 방통위에 신고한 상태다. 이에 KT와 SK텔레콤 등도 LG유플러스가 그런 신고할 자격이 있느냐며 받아치는 일이 벌어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도 가관이다. 나라 밖에서 소송전을 벌여 한국 기업 스스로 대외 경쟁력을 저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경찰에 상대방을 수사 의뢰하고 다른 한편에선 이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LG, 8K TV 기술력 공방. /사진=최미림 기자.
삼성-LG, 8K TV 기술력 공방. /사진=최미림 기자.

설상가상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전쟁도 볼썽 사납긴 마찬가지다. LG전자가 독일에서 삼성전자 8K TV 품질을 문제 삼았고 국내에서도 양사가 상대방 제품을 깎아내리며 싸움질을 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나라 안에서 싸우는 것도 모자라 나라 밖에 나가서까지 다툼을 벌인다.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인가. 지금 글로벌시장에선 보호모역주의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각국이 자국기업 편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 재벌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가 헐뜯으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나라 기업 좋은 일 시키는 짓들이다.

가뜩이나 경제환경이 어수선하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후 여야가 극단의 대립을 하고 있다. 일부 재벌 총수는 재판도 받아야 한다. 기업들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 어려운 형국이다. 그런데 LG, 삼성, SK 등 국내 대표 재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다. 특히 가장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이 좌충우돌 가장 많은 싸움을 벌이는 것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소리없는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남의 잘못을 헐뜯기보다 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1등 가는 곳이 가장 멋진 기업이다. 과거 한국 재계는 정주영 회장, 구자경 회장 등 전설급 원로 회장들 앞에서 다른 젊은 총수들이 깍듯한 예의를 보이곤 했다. 재계에도 위-아래 엄중한 예절과 질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마저 깨진 느낌이다.

기자는 집에서 삼성전자 제품도 쓰고 LG전자 제품도 쓴다. SK제품도 쓴다. KT 제품도 쓴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엔 이들 제품 모두 아쉬운 것들이 많다. 더 완벽한 제품을 내놔야 할 때다. 싸울 시간 있으면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란 말이다.

우리기업끼리 싸워서 나라 경제 어지럽히지 말고 제발 국내 기업끼리라도 화합하고 상생하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정쟁도 심각한데 재벌들까지 싸우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 우리기업 끼리 싸움이 길어지면 해외 소비자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도 우리 것을 외면할 것이다. 한때 국산 자동차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수입품으로 왕창 갈아탔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국내 기업 싸움질을 끝내도록 할 일이 없는지 찾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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