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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을 흉내 내고 싶어 한다
인간은 신을 흉내 내고 싶어 한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9.18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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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를 만든 창조자 위에 더 높은 창조자도 있다는 관념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최고 공포영화로 평가되는 링은 원작소설이 있다. 한을 품은 소녀의 귀신이 TV에서 기어 나오는 장면은 원작소설에는 없다. TV가 켜지기는 하지만 귀신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장면은 영화가 소설과 또 다른 불세출의 명화가 되도록 만들어준 결정적인 순간이다.

소설에서도 주인공 남자는 이때 고통의 신음을 남기며 죽는다. 그런데 소설의 후속편에 가면 죽는 모습이 약간 달라진다. 비명이 아니라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줘"라는 절규를 한다.

그가 말한 "그곳"은 상위세계다. 즉 창조주의 세계, 신의 세계를 말한다. 남자주인공은 세상을 만든 창조주의 상위세계가 존재함을 짐작해 왔던 것이다.

사실 비디오에서 귀신이 나오는 영화, 그리고 소설 1편의 세계는 현실세계가 아니다. 인간이 컴퓨터로 만들어낸 가상세계다.

주인공이 데려가 달라고 외치는 상위세계, 즉 창조자의 세계가 현실의 인간세계다. 마침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가상세계 프로젝트 담당자가 있었다. 이 담당자가 죽은 주인공 남자의 유전자정보를 불임인 동료 남성의 정자에 주입해 주인공은 소원대로 현실세계로 부활하게 된다.

이런 우주관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로만 구분하지 않는다. 창조자가 하위세계를 만드는 것을 여러 단계로 본다. 이 세계를 만든 창조자가 있고, 그 창조자의 세계를 만든 더 상위 창조자가 또 있다. 이렇게 천지창조가 여러 단계를 가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인간의 종교관과 굳이 충돌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의 신앙은 상위 창조자, 더 상위 창조자, 그리고 궁극의 창조자를 모두 포함해 이를 절대자로 여기고 믿음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인간은 자신들이 신을 가장 많이 닮은 존재라고 믿는다. 이 세상 모든 종교가 이런 믿음을 갖고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어린 개체들이 어른들의 먹이활동, 직업 활동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하듯 인간은 자신을 만들어낸 신들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한다. 인간이 나만의 하위세계를 창조하는 건 신을 흉내 내는 놀이다.

이 놀이에 더 흥미를 높이는 방법은 자기가 만들어낸 세계의 인물 가운데 하나에 강하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다. 그 세계의 용어로 얘기한다면, 창조자인 내가 그 세계로 강림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가장 높은 신 제우스가 이런 놀이를 즐긴 창조자다. 제우스는 하위세계 인간의 수많은 여성들과도 사랑을 나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자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 헤라클레스다.
 

루이16세가 선물로 받은 제우스 신 조각상. /사진=마리-란 응우옌,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루이16세가 선물로 받은 제우스 신 조각상. /사진=마리-란 응우옌,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하지만 제우스의 사랑 가득한 날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 아내인 헤라여신이다. 헤라의 질투는 헤라클레스도 죽음으로 이끌었다. 헤라클레스 사후 신이 돼서 헤라와 화해하기는 했다.

아내의 질투를 피하기 위해 제우스는 외손자를 활용했다. 딸인 비너스의 아들 큐피드다. 외손자가 장난을 치다가 쏜 화살을 맞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는 소를 포함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의 여성에게 접근해 사랑을 나눴다.

제우스가 헤라에게 무조건 복종하면서 사는 공처가는 아니다. 일리아드의 트로이전쟁에서는 아내인 헤라와 딸인 아테네 여신이 그리스 군을 돕는 것을 중지하도록 엄명을 내리자 두 여신이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도 넘쳐나고 호불호도 넘쳐나는 제우스와 그의 가족 신들은 인간의 모습 그대로다.

이렇게 신이 인간과 비슷하다면, 인간에게서도 신과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위세계를 창조하는 놀이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오늘날에는 가상세계로도 불리는 것이다.

VR을 쓰고 두 개의 100층 건물 사이를 사다리로 건너가는 게임도 나와 있다. 인간이 시력을 활용해 만들어낸 가상세계다. VR을 쓰고 빈방에서 몇 걸음 옮기는 것뿐이지만 그는 현재 100층 높이 건물 사이 공간위에 사다리를 밟고 서 있는 것이다. 빈방에 서 있는 사람은 전혀 발동할 필요가 없는 균형유지 자세를 취한다. 걸음을 헛디뎌 통과에 실패할 때 그는 조건반사적인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가상세계에 강림한 신과 같은 존재였으므로 아래로 떨어졌다 해도 그는 몸 하나 다치지 않는다.

예전에는 '워게임' '산업시뮬레이션' 등의 필요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가상현실 게임 개발이 이뤄졌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게 인정해야 될 점이 있다.

인간은 신을 흉내 내는 놀이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내듯, 인간은 신이 천지창조하시는 모습을 흉내 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 경제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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