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이 부회장 방문 기사에 최순실 모습 담긴 사진 게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만남은 지금의 세계에서 가장 의미깊은 3세간의 만남이다. 두 사람 모두 부친을 대신해 각각 그룹과 국가의 실질적 최고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났다. 지난 6월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을 방문해서 만난 지 3개월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수출 중심의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를 산업경제로 개혁하는 거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첨단기업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영영자지 아랍뉴스는 삼성물산이 스페인-프랑스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합계 168킬로미터의 6개 지하철 라인을 건설 중이며 2013년 시작돼 2020년 완공예정인 이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대중교통 건설사업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빈 살만 왕세자와 이 부회장이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도시 건설에 필요한 첨단기술, 건설,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부회장의 사우디 방문인데 현지 언론은 전혀 엉뚱한 사진을 큼직하게 게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영영자지 아랍뉴스가 19일 오후 2시50분(한국시간)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문을 보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랍뉴스 홈페이지 화면캡쳐.
사우디 공영영자지 아랍뉴스가 19일 오후 2시50분(한국시간)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문을 보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랍뉴스 홈페이지 화면캡쳐.

현지인들은 이 부회장의 뒤에 있는 인물을 잘 모를 수 있으나, 대부분 한국인들에게는 누가 봐도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최순실 씨다. 이 부회장에겐 최근의 대법원 파기 환송으로 다시 재판 리스크를 떠안게 만든 장본인이다.

아랍뉴스의 기사는 이런 어두운 과거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아랍뉴스는 사진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만 설명했다. 무심히 나간 사진인데 하필 최순실이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다는 얘기다.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도자다. 이런 인물을 만나러 현지를 방문했으면, 삼성그룹의 입장에서는 뉴욕타임스나 BBC, 로이터보다도 현지의 대표적 언론부터 확인을 하는 것이 마땅했을 것이다.

본지가 19일 오전에 확인한 이 기사는 오후 2시50분 현재에도 똑같은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과연 삼성그룹 담당부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어떤 자세로 보좌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이 경영하던 시기에도 발생 가능한 일이었는지, 지난 4월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의 리콜소동 때를 포함해 그치지 않는 의심이다.

이 기사에서는 최순실과 관련된 외신기사에서 보기 드물게 이 부회장의 영어 이름이 "Jay Y. Lee"가 아닌 "Lee, Jae-yong"을 되찾았다. 이 부회장의 영어이름은 한동안 "Lee, Jae-yong" 만 쓰였는데 지난 8월 대법원 판결 관련 뉴스 때 상당수 외신들은 다시 "Jay Y. Lee"로 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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