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계속 '이재용 암흑기' 사진만 쓰는데도 삼성은 속수무책인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만남은 현재 세계 질서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 세계는 이른바 '우두머리 수컷(알파메일)'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3세의 시대'다. 두 사람은 여기에 모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최근 3개월 동안 두 번의 만남을 가졌다. 3개월 전 서울에서 만난 데 이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났다.

이 사실을 전하는 현지의 공영영자지 아랍뉴스는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바쁜 일정을 보내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진을 담고 있다. 헬멧아래 땀으로 젖은 그의 얼굴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에게 갤럭시 전화기를 만드는 바로 그 사람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영영자지 아랍뉴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문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관련 사진이 현장을 방문한 이 부회장의 사진으로 교체됐다. /사진=아랍뉴스 홈페이지 화면캡쳐.
사우디아라비아 공영영자지 아랍뉴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문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관련 사진이 현장을 방문한 이 부회장의 사진으로 교체됐다. /사진=아랍뉴스 홈페이지 화면캡쳐.

진작부터 이처럼 든든한 사진이 나갔다면 '옥의 티' 하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이 됐을 것이다. 이 기사가 처음 보도될 때는 헬멧쓴 이재용 부회장의 사진 자리에 이 부회장과 최순실씨가  함께 있는 전혀 엉뚱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본지의 관련보도(기사: "삼성전자 이재용, 사우디에 최순실과 함께 갔나?") 이후 뒤늦게나마 사진이 교체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대부분 기사를 볼 사람은 다 보고 난 뒤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라 어쩌다 한 번의 실수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외신에서 기사와 무관한 암울했던 시기의 사진이 걸리는 일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압수수색을 보도할 때 이 부회장이 수감 중 포승에 묶여 법정에 출두하는 블룸버그 사진을 게재했다. 이 부회장이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년 3개월 후인데도 이런 사진을 썼다. 이 경우는 기사의 성격상 해당 외신이 의도적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달 후 AP는 "삼성이 무역전쟁의 위험이 높아지자 투자를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사진은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교도소를 출감하는 사진을 큼직하게 넣었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해외 홍보가 어떻게 된 건지, 주요 외신들은 지금도 틈만 나면 이 부회장의 사정이 나빴을 때의 사진부터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 한국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이는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일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이미지 저하까지 가져올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기업의 대외홍보를 국정홍보처나 다른 공공기관에 맡길 수도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이병철 창업주나 이건희 회장이 경영할 때 이런 일이 이토록 거듭해서 벌어질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삼성 사람들부터가 전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삼성 갤럭시 폴드의 스크린 오류로 제품 판매가 취소됐을 때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시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발언했었다.

"가족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신경영으로 삼성이 세계적으로 도약한 것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참 납득이 어려운 말이었다. 내심 그런 측면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보완할 일이지, 지금 사람들의 잘못을 발뺌하려고 선배들의 신화를 헐뜯을 일이었는가.

과연 삼성에서 하나의 실수에 대해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기능이 지금도 건재하고 있는가. 굳이 외신기사의 사진 하나 때문에 꺼내는 얘기가 아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이다. 해외에서 이미지 손상이 일어나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이재용 부회장 참모들의 반성과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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