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계 "스몰딜 가능성 감소, 보수적 접근해야...美 마이크론 실적 기대감 유효"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실무협상이 돌연 삐걱거리며 '난기류'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이번 주(23~27일) 한국증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국증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미-중 무역 실무협상 기대감이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2090선을 회복하며 11거래일 동안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보기드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스몰딜'로 좁혀지던 미·중 간 무역협상이 불투명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측 대표단은 예정됐던 미국 농장 방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빅딜(큰 거래)'을 원한다며 중국에 불만을 표시했다.

22일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증권계에 따르면 금주 국내증시 동향을 미리 엿볼 수도 있는 뉴욕증시는 20일(이하 미국시간)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0.59%),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0.4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0.80%) 등이 일제히 미끄럼을 탔다. CNBC는 "중국 무역협상단이 미국 농장 방문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점, 연준(연방준비제도, Fed) 내 주요 인사들의 금리정책 의견이 엇갈린 점 등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중국 협상단의 조기 귀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관련 발언과 맞물리며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호주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부분적인 합의를 바라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완전한 합의"라며 "내년 대선 전에 합의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모바일로 주가를 확인 중인 투자자. /사진=뉴시스
모바일로 주가를 확인 중인 투자자. /사진=뉴시스

지난 19일(미국시간) 실무협상이 시작될 때만 해도 미-중 무역협상은 10월 초 '스몰딜'로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나타나면서 국내증시 등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난기류에 봉착한다면 국내증시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과매수구간 진입,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보합권에서 등락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둔화 우려를 빌미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마이크론의 실적 기대는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반도체 업종이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 속에 반등을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연준위원 발언들을 통해 정책 방향을 가늠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투표권을 가진 뉴욕과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경기부양 총력전이 한창인 중국 정책변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8월 베이다이허 회의를 기점으로 중국 정책은 미국과의 무역분쟁, 경기부양 구도로 양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전략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소비재에서 수출자본재로의 매기 확산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정책 모멘텀에 편승한 중국 소비주, 고배당주 등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주 발표 예정인 경제지표 가운데 주요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부진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다만 미국 소비지표들은 혼재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미국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다소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관심은 대외 정치변수에서 실적 방향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반도체, 은행, 소재 등 경기회복 가능성 확산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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