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 활성화 시급한 상황에서...갤러리 · 선수 문화 모두 성숙돼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남자 프로골퍼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 논란은 여러 면에서 지적 받아 마땅하다. 한국 남자 골프 활성화를 위해 많은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우승을 여러 번 경험해 본 스타급 선수가 그런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니 그의 플레이를 방해한 갤러리보다 선수를 더 탓하고 싶은 게 이 글을 쓰는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DGB볼빅 대구경북 오픈이 중계되던 29일 오후, 마침 기자도 TV를 시청 중이었다. 많은 갤러리가 선수들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이렇게 갤러리들이 호응하면 한국 남자골프도 활성화될 날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갤러리가 많다 보니 스마트폰 카메라 소리도 잦았던 모양이다. 주요 선수 캐디들이 자주 "플레이 시작된다"면서 갤러리들에게 조용함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하곤 했다.

갤러리 문화가 좀 더 성숙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우리 남자골프대회에 저렇게 많은 갤러리가 몰리면 스폰서가 더 많이 생겨 우리 남자 골퍼들도 대회 수 걱정 없이 플레이에만 집중할 날도 곧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갤러리가 고마운 대회였다.

김비오 골퍼. /사진=뉴시스.
김비오 골퍼. /사진=뉴시스.

그러나 우승다툼을 벌이던 김비오 선수가 티샷 할 때 카메라 셔터 소리와 같은 갤러리의 방해가 있었던 듯 했다. 갤러리끼리 서로 자제 요청을 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TV 중계중인 해설가의 입에서도 안타깝다는 말이 쏟아졌다. 김비오의 '손가락 제스처'가 발생한 것이다. 김비오는 그 후에도 자주 갤리리 쪽을 응시하곤 했다.

순간 TV를 꺼버리고 싶었다. 기자는 갤러리보다 김비오를 더 탓하고 싶었다. 그는 한때 골프계 톱 스타였다. 지금도 스타다. 우승도 여러 차례 한 선수다. 미국 무대에도 다녀온 선수다. 그리고는 한국 무대에서 재기에 성공한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한국 남자 골프 무대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이었다. 한국 여자골프가 워낙 잘 나가다 보니 한국 주요기업이 남자 골프대회보다는 여자 골프대회 스폰서 하기를 더 원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톱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 무대에서 우승하면 언제든 미국 LPGA 무대를 평정할 수 있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반면 남자 골퍼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에 전념해야 했다. 대회 수가 적은데다 상금 규모도 여자골프 대회를 훨씬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김시우, 임성재 등 미국 PGA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실력파들은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 현지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한국 남자 골프 무대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 대회 활성화를 위해 협회, 골프인, 기업인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바람에 대회 수도 늘고 제법 상금 규모가 큰 대회들도 여럿 생겨나게 됐다. 이번 대회 스폰서인 DGB금융이나 볼빅 모두 남자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고마운 기업들이다. 많은 갤러리들의 호응도 남자 골프 발전엔 더 없는 원군이다. 그런데 가장 고마워해야 할 선수가 자기 골프 방해했다고 해서 치욕적인 손가락질 욕설까지 해 논란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야말로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날벼락 같은 악재였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해당 선수가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진정한 사과가 되었으면 한다. 갤러리 문화도 좀 더 성숙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이 한국 남자 프로골프 발전에 아주 중요한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갤러리 없는 골프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갤러리 문화도 성숙돼야 하겠지만 선수들이 더욱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우리 남자 골프 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을 향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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