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속의 한국...이제 믿을 건 기업 뿐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한다. 국정농단 연루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선택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8월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관련 파기환송 이후 그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재벌의 총수가 여론을 살피고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려 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로 보여 진다.  

그렇잖아도 지금 대한민국에선 내로남불 논란이 극에 달해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국 장관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라 전체가 매우 시끄럽다. 극단의 진영대결 속에 민심은 두 동강 난 상황이다.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 속에 많은 국민이 탄식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이 때 한국 대표 기업의 총수가 심기일전 여론을 살피며 오해 없이 기업을 끌고 가려 노력하는 것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가져본다.

삼성은 그간 한국의 경제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아주 크다.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럼에도 삼성과 삼성의 총수는 국민과 법으로부터 따가운 질책도 받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데도 때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재판과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 수사 속에 '엄중한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이럴 때 삼성의 총수인 그가 반성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몸을 낮추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이 기회에 무너져 내리는 경제도 추스르고 과거의 '과오'도 씻어내려는 노력까지 배가한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엔 '난세 속 위안'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지난 주말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 북한이 핵 포기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도 북한에 파격적인 양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한-일 경제전쟁 격화 속에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의 수출은 무려 9%나 줄었다고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보다 심각한 뉴스가 또 있겠는가.

게다가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 외부 자문위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시작되면 생산기술 변화로 향후 자동차 제조업 인력을 20~40% 줄여야 할 것"이라며 "노사가 이에 제대로 협력, 대처하지 못할 경우 공멸할 수도 있다"는 충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9~2023년 기금재정관리계획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8대 사회보험에 대한 세금 지원액이 올해 16조원에서 2023년엔 24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일로인 연금 개혁을 더는 미뤄선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위기 국면이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하나로 뭉쳐도 위기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나라의 민심은 둘로 쪼개져 있다. 많은 곳에서 비장함과 각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럴 때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이라도 여론 무서운 줄 알고 심기일전 하려는 모습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내로남불 속에 말로만 국민 위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세력은 훗날 국민한테 버림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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