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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오지"로 읽는 것이 맞다
"5G"는 "오지"로 읽는 것이 맞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0.0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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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5"는 "잭슨 파이브", "5G"는 "오지"인 이유
5G 무선기술 시연 모습. /사진=AP, 뉴시스.
5G 무선기술 시연 모습.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전화기를 바꾸러 갔다. 5년 7개월만이었다. 기대했던 기간 이상으로 잘 쓴 전화기여서 이걸 샀던 매장을 또 찾아갔다.

스마트폰은 한번 살 때 최신제품을 사서 최대한 오래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당연히 5G 제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전부터 거래를 한 친절한 직원에게 5G에 관해 물어봤다. 나는 "오지"라고 발음을 하는데, 직원은 "파이브G"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나하고 대화가 길어지면서 그 또한 "오지"발음으로 동화되고 말았다.

이 게임은 단연 내가 유리했다. 우선, 직원입장에서는 이런 걸로 고객하고 기 싸움하는 인상을 주는 게 질색이다. 그보다 더 큰 두 번째 이유는 발음하기가 "오지"가 훨씬 더 편하다는 점이다.

"파이브G"로 읽는 것은 "오지"보다 더 길기도 하지만, 영어의 "f" 발음이 섞여있는 것도 불편하다.

언어는 저마다 고유의 발성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어는 소리를 입 근처에서 만들지만, 영어는 이보다는 목 근처로 소리를 끌어당겨서 만든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유학생들이 듣는 발음수업의 첫날 배운 것이 "아이"를 발성하는데 혀끝은 올리고 중간부분은 아래로 내려가는 움푹한 형태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교수는 이것이 영어발음의 기본을 익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발성의 차이에서 영어는 "f"와 "r" 등 우리말에 없는 발음을 26자모 가운데 하나로 갖고 있다.

내가 찾아간 매장은 사려는 제품을 그날 갖고 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근처 대기업 소속의 매장을 찾아갔다.

이곳은 친절하기 보다는 빈틈없어 보이는 직원이 나를 응대했다.

먼저 점원과 달리 그는 꽤 오랫동안 "파이브 G"를 고수했다. 어휘 하나도 정해진 틀에 어긋나서는 안되고 제품에 대한 정보도 최대한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회사 명성에 걸맞게 행동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 직원도 대화의 3분의2가 지난 시점부터 "오지" 발음을 따라오는 경향을 보였다.

표준어법은 무조건 정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어야 정착된다. 언어는 도로가 형성되는 것과 같다. 수레가 다니는데 웅덩이나 다른 걸림돌이 없다는 정보가 수많은 세월 쌓여서 더 많은 수레가 다니고 그렇게 해서 큰길이 형성된다.

우리발음에도 없는 "f"발음은 외래어로 받아들일 때 "ㅍ"으로 바뀌어야 하니 본래의 "five G" 발음은 한국어로 들어올 때 남아있을 수가 없다. 원래 발음도 남기지 못할 것을 굳이 "파이브 G"라고 고수해야 할 실용적 이유가 없다. 앞서 밝혔듯, 외국어는 외래어로 바뀔 때 그 언어의 발성체계에 동화될 수 있는 발음을 갖춰야 한다. "f"는 그래서 "ㅍ"으로, "r"은 사실 발음이 전혀 다르지만 가장 비슷한 "ㄹ"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어법으로도, "5G"는 당연히 "오지"로 읽는 것이 맞다.

1990년대 대학에서 전산실 조교를 했었다. 모처럼 학교에 대형 전산실을 갖추고 교직원들을 위한 강좌가 열렸다. 컴퓨터를 판매한 대기업에서 강사도 나오고 당시의 운영체계였던 DOS 교재도 수 십 권 제공됐다.

그러나 교재를 펴는 순간, 암담한 언어의 세계가 펼쳐지고 말았다.

이게 우리말이 분명한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겉멋 든 사람들이 "영어 원서가 훨씬 더 쉬워"라고 얘기하는 걸 그다지 따라하고 싶지 않지만, 그때 서점에서 본 DOS 4.0 영어서적은 정말로 한국 대기업의 매뉴얼보다 훨씬 더 이해가 쉬웠다. 그래서 사촌동생 대학 입학 때 선물도 이 책을 사줬다.

그때만 해도, 어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난 워드프로세서만 쓰면 돼"라며 어려운 컴퓨터 언어에 간여하려 들지 않았고,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은 새 기술을 배우고 개발하기 바쁜데 전공도 아닌 우리말 공부까지 짊어질 엄두를 못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의 컴퓨터 언어는 완전히 팔다리가 따로 노는 외계언어 세계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첨단기술이 한국의 경제가 계속 집중해야 될 분야라면, 컴퓨터공학과 언어학의 두 인재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된다.

무조건 우리말만 중요하다 해서 유명한 팝 가수들인 '잭슨 파이브'를 '잭슨 오'나 '잭슨 다섯'으로 읽어야 한다는 쇼비니즘은 멀리해야 한다. 사실 이건 '꼰대주의'에 더 가깝다.

하지만 5G는 잭슨파이브와 다르다. 잭슨 파이브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5남매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고유명사다. 5G는 2G, 3G, 4G를 이어서 앞으로 6G, 7G로 이어갈 일반명사다.

일반명사에까지 우리가 발음하기도 번거로운 외국말을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파이브 G'는 어법으로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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