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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프리카에서도 죽기살기로 싸울 때다
삼성전자, 아프리카에서도 죽기살기로 싸울 때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0.10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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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못지않은 13억 시장의 현지기업 도전 직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해외 다큐멘터리의 꽤 유명한 사진이 하나 있다.

사납고 용맹한 눈초리를 지닌 아프리카의 원주민 전사가 한 손에는 긴 창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전사의 전통옷차림과 휴대전화가 대비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사진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사실 이 장면은 상당히 심각한 대화다.

원주민이 통화를 한다는 건 아프리카 야생의 초원지대에 통화가 가능한 사람이 누군가 더 있다는 얘기다.

사실 그는 지금 이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당국자와 통화 중이다. 얼마 전 그의 부족이 기르는 가축을 인근의 사자가 잡아먹었다. 사자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멸종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보호하는 동물이다. 당국자는 부족이 가축피해의 보복으로 사자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전화를 통해 신신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촌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첨단제품을 들고 있다'는 선입견만 가진 사람이 생각한 것 이상의 심각한 오늘날 세계적 이슈들이 이 사진에 담겨있다.

불모지일수록 더 큰 시장개척이 가능한 희망의 땅으로 여기는 건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신자세다.

전쟁 장면을 연상시키는 아프리카 부족의 축제 모습. /사진=뉴시스.
전쟁 장면을 연상시키는 아프리카 부족의 축제 모습. /사진=뉴시스.

르완다는 현재 스마트폰 사용비율이 15%에 머물고 있다. 이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 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로이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지기업인 마라그룹이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대상은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다. 아직 애플은 이 곳을 넘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마라그룹의 아시시 타카르 회장은 15만원과 22만원대 스마트폰 제품 두 가지를 통해 "가격이 아닌 품질경쟁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도 참석해 드높은 기대를 과시했다.

현지에서 삼성전자가 팔고 있는 스마트폰은 최저가가 6만원대, 노브랜드는 4만원대다. 이걸로 보면 확실히 마라그룹은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거는 것이 맞다. 물론 삼성은 저보다 더 고가의 제품도 팔고는 있을 것이고 인구가 1200만 명을 넘는 르완다 국민 가운데 누군가는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도 갖고 있을 개연성은 다분하다.

어떻든 마라그룹의 15만원대 스마트폰은 비슷한 가격의 삼성제품보다는 품질이 우수하다고 이들이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 55개국은 내년 7월 발효되는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13억 명의 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킨다. 이 정도면 중국과 인도에 맞먹는 또 하나의 거대시장이다.

이것까지 감안한다면 마라그룹이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 주요 무기는 이들의 얘기와 달리 가격경쟁까지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FTA 체결국들 사이에는 세금혜택이 있을 것이니 마라그룹의 마라X와 마라Z는 삼성전자 갤럭시에 대해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갖게 된다.

스마트폰 전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장에서 지위는 대제국이나 마찬가지다.

역사에서 대제국이 오래도록 번영한 것은, 세계 곳곳으로 진출한 제국의 현지사령관들이 저마다 죽기 살기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덕택이다. 황제 한 사람이 모든 땅을 일일이 다 점령하면서 형성된 대제국은 없다.

원정 사령관들은 대제국 국민이 누리는 풍요한 삶을 모두 잊고 현지에서는 오히려 이곳 사람들보다 훨씬 더 불리한 '을'의 위치에서 개척 임무를 수행했다.

중국 왕조사상 가장 강성했던 청나라는 만주의 소수민족이 엘리트를 형성한 나라다. 만주족은 중원진출 100년도 안돼서 조상들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저 멀리 중국 서남방까지 진출했다.

청나라 왕조가 정책적으로 한족(漢族) 선비들 역시 지배층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대접했다고는 해도 서쪽과 남쪽, 북쪽의 원정을 하는 일은 만주족 자제들이 맡아야만 했다. 인구가 한족의 20분의1에 불과한 만주족 관리들은 대륙의 정반대편 현지에 부임해 없는 물자를 만들어가며 국가의 확장에 헌신했다. 배후의 초강대국이 당장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기대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고, 오히려 '내가 이곳에서 죽으면 그걸 명분으로 제국이 대대적으로 진격한다'는 사명만 잊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목숨을 걸고 현지를 지켜낸 관리는 자연히 그 명성이 올라가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중앙정치의 핵심인물로 성장했다.

지금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시장위축, 일본의 부품공급 제한, 반도체 공급의 수요 초과 등 많은 난제를 한꺼번에 맞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아프리카 현지기업이 13억 명의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라그룹의 도전이 태풍이 될 지, 한 때 바람으로 끝날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이런 도전은 이곳에서도 앞으로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겪은 일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중국 인도 못지않은 엄청난 시장성을 지닌 곳이니 그룹차원에서 원대한 계획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본사가 그런 장기계획에 전념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 전에는 지금 당장 현지를 지키고 있는 담당자들이 '나에게는 여기가 최후의 결전장'이라는 결연한 자세로 요새를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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