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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마이너스 금리?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그리스도 마이너스 금리?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0.13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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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브렉시트 전, 세계 경제 최대불안요인은 그렉시트였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999년 영화 매트릭스는 21세기를 시작하는 인류의 위대한 명작으로 평가된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주인공 니오는 원래 앤더슨이라는 평범한 컨설턴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아가는 앤더슨에게는 궁극의 해답을 찾으려는 본능이 숨어있다. 그 본능은 앤더슨을 지금 살아가는 이 세계가 허구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매트릭스를 통해 모든 세계가 조작된 허상인 것을 알게 되고 이를 깨뜨리는 영웅 니오가 된다.

오늘날의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대한 열망을 더해가는 한편으로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진정한 현실세계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신께서 직접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신의 창조물로서 우리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존재가 이 세계를 만들지 않았느냐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은 신이 만들었다고 보기에 너무나 허술한 점들을 발견했을 때 더해진다.

그리스가 2019년 10월 들어 국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금리가 마이너스다. 그리스정부가 100억 원을 빌렸다면 나중에 100억 원에 이자를 더 붙여서 갚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100억 원보다 적은 돈만 그리스정부가 상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한테 돈을 빌려줄 기회를 얻은데 대한 비용이다"라고 큰소리치는 듯한 모습이다.

요즘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뉴스들 때문에 거의 누구도 관심을 안 갖는 뉴스다. 국제 경제뉴스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있다. 거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이달 말 발효를 앞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4년 전에는 브렉시트 대신 '그렉시트'가 대단한 뉴스초점이었다. 그리스가 빚도 못 갚을 처지가 돼서 유로존에서 퇴출될 위기였던 것이 그렉시트다. 이름은 비슷한데 브렉시트는 EU 탈퇴고, 그렉시트는 유로존 탈퇴위기였다.

아무튼 이런 엄청난 세계적 불안요인이 될 정도로 빚도 못 갚을 그리스 경제였다. 이런 나라가 지금은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를 신속히 벗어난 모범사례를 만들었다고 큰소리치는 한국으로서는 생각도 못할 마이너스 금리 국채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미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에서 2015년 집권했다. 그는 유로존 와해위기를 명분삼아 국제 채권단의 연금개혁 요구에 강하게 맞섰다. /사진=AP, 뉴시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미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에서 2015년 집권했다. 그는 유로존 와해위기를 명분삼아 국제 채권단의 연금개혁 요구에 강하게 맞섰다. /사진=AP, 뉴시스.

그리스가 대단히 기적적인 경제회복을 이룩한 것이라면, 이것은 '신의 은총'을 입은 기적으로 환영해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신께서 이룩한 기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누군가 신을 가장한 인간이 다른 곳에서 저지른 일의 뒤끝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바로 유로존의 머니게임이다.

돈을 풀어도 경기부양의 조짐은 없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욱 낮췄다. 유로존 은행들이 ECB에 맡기는 돈에 마이너스 0.5%의 금리가 적용된다. 은행들이 ECB에 여유자금을 맡기면 ECB가 이자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수수료처럼 돈을 뜯어갈 것이니 그럴 바엔 웬만한 대출고객을 찾아서 돈을 빌려주라는 것이다.

ECB나 일본은행이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때는 이것이 대중들의 삶과는 관계없는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나 해당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판단과 다른 일이 벌어져 마침내 실제 경제활동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하고 있다.

돈에 대한 기회비용을 완전히 부정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현대세계 경제의 근본 전제를 무너뜨린다. 장차 이것이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

당장 그리스만 해도 그렇다. 마이너스 금리는 반갑다고 해도 이 나라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방만한 연금은 뭘로 버틸 것이냐다. 연기금에게 저금리는 최대 난적인데, 거기다 마이너스 금리다.

경제학 이론은 수학으로 이뤄진다. 수학 공식들을 써서 결과를 예측한다. 수학을 쓸 수 없게 되면 경제학자들도 손을 놓아야 한다.

수학에서는 스퀘어루트 안에 음수가 들어가면 안된다. 로그함수도 음수를 정의역에 둘 수 없다. 그런데 금리를 다루는 이론은 로그함수를 자주 활용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제 경제학자들이 로그함수를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다. 요즘 미국 금융시장도 이상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9월18일 금리를 내렸다. Fed의 통화정책이 늘 그렇듯 금융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일이다. 그런데 금리인하가 코앞이었던 17일 단기자금시장에서 일부 하루짜리금리가 10%도 넘게 거래되는 일이 벌어졌다. Fed의 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네 배를 넘은 것이다. Fed는 부랴부랴 500억 달러를 시중에 긴급 투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긴급자금을 동원한 것이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린다는데 시중에서는 하루 전 오히려 금리가 치솟았다.

당국자들은 "법인세 낼 때가 되서..." "하필 국채발행 결제일이 겹쳐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상황통제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중앙은행 제도가 2008년 일격을 맞은 이후 세계 곳곳에서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기예보의 기상이변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운동장은 별로 찾는 관객이 없다. 자금 흐름이 일기예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혼란이 벌어진 뒤다.

경제는 피에 해당하는 금융과 근육에 해당하는 기업 활동으로 이뤄진다. 모든 혈관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은 심장에 해당한다. 그런 중앙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비전통적 방식에 의존한 나머지 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하고 있다.

중앙은행을 책임지는 관계자들은 이런 모든 일들을 최대한 감추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현실을 못 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덧 지금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가상세계 속 사람들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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