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가까울수록 채권 가격 하락... 지금까지 이론 적용 안돼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이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선 모습. 그는 손흥민과 함께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엄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이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이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선 모습. 그는 손흥민과 함께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엄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이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만기구조는 에릭센 트레이드와 같다."

금융연구원이 13일 금융브리프에서 설명한 내용을 축구에 비유하면 이와 같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주의 논단' '주요국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고찰'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가진 채권일 경우에는 만기 이전에 되팔아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1일 현재 마이너스 0.439%다. 이 채권 100만 유로를 살 경우 만기에 돌려받는 돈은 99만5610 유로가 된다는 얘기다.

채권이란 돈을 빌려주는 것이므로 돌려받을 때 이자까지 더해야 마땅한데 오히려 원금도 못 받는 것이다.

간단한 상식으로는 이런 채권은 아무 투자자도 거들떠보지 않아야 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를 가진 국채들이 오히려 더 인기가 많아서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된 원인 가운데 하나도 이들 채권의 인기다.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손해가 뻔한 데도 투자자들이 사려고 몰려드는 것은, 채권거래가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 중간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져서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가 더욱 낮아진다면, 비록 이 채권을 마이너스 금리에 샀더라도 중간에 이익을 남기고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

하지만 이 채권의 만기가 거의 도래했다면 이런 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엄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한국 국가대표 손흥민의 소속팀이다. 이 팀의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핵심 선수 가운데 하나로 지난 시즌 10골과 17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만 해도 토트넘은 그를 데려가려는 다른 구단에 1920억 원의 이적료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현재 에릭센의 이적료는 440억 원으로 4분의1도 안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나마도 사실상 '0원'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이번 시즌만 끝나면 에릭센이 토트넘과의 계약이 끝나 자유계약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매입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과 축구선수 트레이드의 구조가 똑같다.

채권은 원래 만기가 많이 남아있을수록 금리가 높아지고 가격이 떨어진다. 기간이 길수록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금리가 양수라는 전제가 있을 때 성립하는 얘기다.

오태록 연구위원은 "국채 수익률 곡선에 대한 해석이 마이너스 금리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또한 한번 고민해 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흔히 채권시장에서 경기부진의 신호로 해석되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와 장단기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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