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역대 최저수준이다. 수출 부진 등 국내 경기둔화 지속으로 올해 2% 성장률도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통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정책 여력이 남아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추가인하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금리인하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며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지난 7월의 성장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7월 전망경로를 하회해 당분간 0%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요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 총재는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양적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금리정책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금리 외에 추가적인 정책수단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는 그만큼 국내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15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내렸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2%로 하향조정했다.

국내 금융투자기관(IB)들은 한은이 언제쯤 다시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지 주목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한은은 자신들의 성장률 전망 2.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언급했고, 미·중 무역협상 역시 스몰딜로 그쳐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 연구원은 추가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해 "동결을 주장하는 2명의 소수의견(이일형·임지원 위원) 등장으로 당장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GDP 갭 상태가 지속될 여지가 큰 만큼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명의 소수의견 등장으로 보수적인 금통위 분위기가 확인됐으나 총재의 스탠스에는 오히려 변화가 감지됐다"며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