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GE 위에 삼성전자...삼성 대단한 도약했지만 과제도 많아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와 똑같이 전 세계 브랜드 순위 6위를 차지했다. 대단하다.

미국의 브랜드 평가기업인 인터브랜드가 18일 발표한 결과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의 뒤를 잇고 있다. 5개 기업 모두 충분히 앞 순위에 있을 만한 곳들이다.

순위 관련 뉴스는 항상 '1위를 했느냐' '더 올라갔느냐'가 중요하지만, 삼성의 순위 아래 있는 기업들을 보면 정말 세계 6위인 이 브랜드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는 두 단계 아래인 8위다. 일찍이 한국에서도 미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맥도널드는 9위, 금성과 대한전선 냉장고를 쓰는 서민들이 꿈에 그리던 냉장고를 만든 제너럴일렉트릭은 19위다.

1960년대 서울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한 대 볼까말까 했던 벤츠, 한강 '맨숀' 아파트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 냉장고 등 기라성 같았던 제품 생산 업체들이 이제 삼성의 밑으로 들어왔다.  

벤츠, GE 등이 잘나갈 때 삼성전자라는 기업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삼성은 설탕과 옷감을 만들던 시절이다.

삼성전자 세계6위의 대단함을 어떻게 실감하는지를 전하기 위해 이렇게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구박받을 '아저씨가 10원짜리 달라고 조르던 시절' 얘기를 또 하게 됐다.

외신에서는 이 뉴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당연하다. 무엇보다 애플이 또 다시 1위를 차지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다.

이번에 외신이 삼성전자를 '소환'한 뉴스가 있기는 하다. 금융시장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운데 하나인 로이터다.

로이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전하는 기사에서 말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 환송심은 내년 2월에 열린다"고 굳이 또 다시 상기시켰다.

외신들은 LG를 봐도, SK를 봐도, 롯데를 봐도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런데 삼성은?"으로 가득차 있음을 다시 엿보이고 있다.

외신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기업은 삼성이고, 그 다음이 현대자동차다. 5대 그룹 이외 30대 재벌들은 해당 기업의 이름보다 "한국의 재벌(Chaebol)"로 언급되기도 한다.

세계 브랜드 6위가 충분히 위대한 것이고, 기업의 내실을 벗어나 지나치게 높은 순위는 딱히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애플처럼 혁신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갖춰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계속돼야 한다.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 브랜드가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더 많이 연구하고 더 잘 만들어야 한다. 그건 이 세상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다.

그럼 그것 말고 당장 필요한 다른 것들은 없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삼성 사람들한테는 참 가슴 아픈 얘기겠지만, 삼성보다 앞선 순위 기업, 그리고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상위권 기업들 가운데서 총수나 최고경영자가 법의 심판에 얽매여 있는 곳이 또 어디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미 삼성의 총수일가가 수없이 비판받은 얘기를 또 반복하려는 것이 아니고, 앞선 시대의 업보를 어떻게 청산해서 차세대에 넘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삼성의 경영과 지배구조에 대한 법적 시비는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를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의 심판도 더욱 엄해져 마침내 실질적 총수가 1년의 옥고를 치렀다. 그러고도 아직 그 일이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삼성의 4대 총수 때에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민망한 얘기다. 이것은 분명히 기업 브랜드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그동안 지배구조에 대한 삼성의 수난사를 살펴보면, 이게 딱히 총수일가가 사악한 마음을 먹어서라고 볼 일도 아니다.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서 출발해 없는 자원으로 세계 경쟁력을 키우다보니, 삼성 총수를 보필하는 경영진들은 은행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방법,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만들어 유망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투자여력 확보에 손을 대왔다.

그런데 1990년대 한국이 소득 1만 달러를 넘어가면서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더 큰 차원의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한국 내 자본만 모아서는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어서 자연적인 세계화의 단계를 선택한 것이다.

이 때부터 투자자들은 한국 재벌들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규율에 맞는 기업가치관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분명히 강조하는 것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체는 중국이나 쿠바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나 옛날의 '바르샤바 조약기구'같은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너희가 정말 자본주의 국가가 맞느냐'는 국제시장의 우량한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를 거론하고 있다. 별로 우량하지도 않고 투기적인 자본들은 그 틈을 타서 경영권을 공격해 버린다.

2000년을 넘어갈 무렵, 삼성은 여전히 은행이나 금융기관 고객 돈을 마음껏 쓰는 방법에 매달린다는 시비에 휘말려 이건희 회장 역시 엄청난 고초를 겪을 뻔 했다.

2015년에는 '정말 자본주의 국가가 맞느냐'는 의혹을 가져오는 합병으로 지금까지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을 주도한 경영진 또는 참모진들은 예전에는 기업을 크게 발전시킨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성과보다 감당하기 힘든 수난을 자초할 사람들이 분명하다.

시대변화를 무시한 경영오판은 지금도 이 회사의 연구소에서 특수복장을 갖춰 입고 연구개발에 땀 흘리는 전문 인력들의 노력을 헛된 것으로 만든다.

세계 브랜드 6위의 위대한 업적을 잘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쟁자들보다 가장 취약한 점이 무언지는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신동빈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됐다는 뉴스가 나와도 외신은 "그럼 이재용은?"이라고 묻는다. 그만큼 세계의 눈과 귀는 오로지 삼성에만 몰려있다. 그게 삼성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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