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는 고조선 시대에도 없었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조선이 고려를 대신한 1392년부터 개화기에 접어들 때까지 주된 생산도구는 변함없이 소에 매단 쟁기였다. 조선뿐만 아니다. 한민족은 삼국시대 철기문명에 들어선 이후는 기술적으로 커다란 혁신을 경험하지 못했다.

오늘날의 경제성장 개념을 적용해보면,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성장, 상업기술 발달 말고는 이렇다 할 성장요인이 없다. 인구증가 역시 1970년대 한국이 걱정했던 인구폭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는 오늘날과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이 낳았다. BBC가 최근 보도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 한국은 여성 1명이 5.6 명의 자녀를 낳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출산율이 이보다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기 때문에 땅이 부족하면 저 멀리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옛날 사람들은 인구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만 너무 멀리 가면 사나운 오랑캐들이 있어서 다가가지 못했다.

마음껏 출산을 했는데도 인구는 크게 늘지 않았다. 부양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생산기술에 커다란 변화가 없어 생산능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아이를 제대로 어른으로 키우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더욱 많이 출산했다.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보면 야생동물들이 모든 새끼를 성체로 키우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낳는 것과 비슷한 생각을 근대이전의 인간들도 했다.

형편이 이러니 왕조시대에는 3% 넘는 경제성장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수시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때도 있을 것이다.

제26회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행사 모습. /사진=뉴시스
제26회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행사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가 마이너스 성장 때문에 뒤흔들린 흔적을 역사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마이너스 성장이 상당히 많이 있었을 텐데 그때마다 나라가 흔들렸다면 왕조마다 500년 역사를 이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국가이념과 종교적 믿음이 굳게 연결된 당시의 대중적 사상이 경제난을 사회 불만으로 터뜨리는 것을 막아줬을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해서 온 나라 여론이 들끓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아침저녁으로 "요즘은 참 먹을 게 귀해"라고 하면서 더 많이 일하러 나갈 뿐이었다.

현대사회에서 마이너스 성장의 부진한 경제를 개인의 심신수양으로 잊고 살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정책을 할 거면 당장 더 유능한 사람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양보를 안하면 강제적으로 퇴진당하게 된다.

만약 불가피하게 저성장을 겪고 있다면,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을 개발해서 다른 만족을 얻음으로써 해소하게 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열광하는 것은 현실의 저성장에 대한 불만 해소뿐만 아니라 저성장 자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앞으로 더욱 깊이 있게 다룰 내용이다.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현재 가장 큰 관심사의 하나인 것이 마이너스 금리다.

유로존 와해위기를 초래했던 그리스가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정도다.

ECB와 덴마크, 스웨덴의 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의도는 시중금리까지 마이너스가 되라는 것이 아니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금리에만 수수료와 비슷한 돈을 적용시켜 더 많은 대출을 촉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당초 의도와 달리, 시중금리까지 마이너스가 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까지 마이너스 금리면 이제 유로존은 오히려 빚지는 사람이 큰 소리 치는 단계다.

이자는 조금 유식한 용어로 '기회비용'이다.

남이 가진 돈 100원을 지금 내가 가져와 이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비용이다. 이 기회비용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건 사람사회 상식을 크게 뒤집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도 상당히 난처해졌다. 이 사람들이 배운 지식이 모두 쓸 모 없게 될 위기다. 로그함수를 못 쓰게 되는 것뿐만 아니다.

수익률 곡선의 개념도 무용지물이 될 지경이다. 빚지는 기간이 길수록 이자를 더 높게 내야 되는 건 상식이다. 오랜 기간 빌릴수록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은 사봐야 원금만도 못한 돈을 돌려받는다. 그래도 사는 건 중간 유통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다. 만약 만기가 짧다면 중간이익을 볼 수 있는 기간이 불충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때는 기간이 길수록 채권 가격이 비싸지고 금리가 낮아지는 경우가 가능하다.

마이너스 금리가 웬만한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중앙은행 지하실의 금고 벽에 조그만 메모로 붙어있는 정도라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시장금리를 통해 서민생활에도 밀려드는 현상이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금리 이론의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혼란의 시대에 한국 역시 그대로 끌려들어가야 되느냐다.

조선시대에도 마이너스 금리는 없었다. 조선뿐만 아니다. 삼국시대, 고조선시대에도 마이너스 금리가 있었을 턱이 없다.

무조건 해외에서 벌어지는 관성에 끌려들어갈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인프라에 대한 정확한 인식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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