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계 비명...한국도 특단의 처방 필요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주에도 글로벌 경제계에서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중국, 독일 같은 글로벌 경제 강국들의 핵심 경제관련 숫자가 줄줄이 추락했다. 한국도 그랬다. 

미국에서는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0.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의 9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4% 줄었다. 시장에선 0.2%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더 크게 내려앉았다. 미국 경제의 70%를 담당하는 소비 지표가 추락하고 미국 제조업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던 미국 중앙은행(연준)도 이번에는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성장세가 미약하다"며 낙관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중국도 비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0%로 후퇴했다고 전했다.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의 추락이라고 했다.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유럽 리더 독일의 경제도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독일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급기야 1%로 낮췄다.

IMF(국제통화기금)는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다운 시키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2.0%로 대폭 내려 잡았다. 우리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 아래인 1.9%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추고 필요시 더 내릴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악화일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국내외 경제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면서 한국에서도 D의 공포(디플레이션공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의 금리가 0%대, 심지어 마이너스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국은행 출신 등 경제전문가 2명은 "한국도 D의 공포,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가 다가 올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이쯤 되면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됐다. 재정지출 확대 방안은 너무 자주 거론된 것이어서 식상하다. 재정에 의존하는 정책은 마중물 대책이지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또한 기준금리만 계속 내린다고 해결될 경제난도 아니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한-일 경제전쟁 장기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 위험,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중국-유럽-인도 경제 상황 악화, 한국 경제정책을 둘러싼 혼선 및 시행착오, 남북관계 악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급변에 따른 위기감 증폭 등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위기 극복을 기획하고 지휘할 능력 있는 경제 전문가를 중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플 때 A라는 의사가 병을 고치지 못하면 전문성이 더 높은 B라는 의사를 찾아가게 된다. 그런 방법으로 병을 완화시키거나 고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전문적인 분야다. A 당국자로 안 되면 B당국자 등을 전격 투입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현역시절 경제부처를 오래 출입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은 경제부처 제대로 장악하고 카리스마 있게 조직과 정책을 이끄는 장차관 등 능력있는 당국자들이 박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들이 꺼리는 일을 마다 않고 손에 진흙 묻힐 수 있는 헌신적이고 추진력 있는 경제 당국자들을 전면 기용해야 할 때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기 '탕평 인사'를 강조한 바 있다.

툭하면 추경 타령, 재정 확대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관료보다 산업구조 재편, 구조개혁,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통한 대기업–중소기업-중견 기업 간 상생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들이 경제정책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외환위기도 극복해 낸 나라다. 그 때 우리의 당국자들은 어땠는가. 그야말로 몸을 던져 나라 경제 살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장관급 관료가 직접 나서 노조와 대화하고 재벌 총수를 만나서는 구조조정,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지금의 한국도 경제 관련 인재 중용이 필요한 때다. 그들에게 우리 경제가 처할 수 있는 0% 또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비토록 해야 한다고 본다. D의 공포에도 대비케 해야 한다.

지금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대처해야 할 때다. 한쪽에선 세계경제가 아무리 둔화돼도 세계인들이 한국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첨단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다른 한쪽에선 국가 경제 위기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D의 공포가 실제로 닥치면 부동산 거품 붕괴 등이 우려된다. 그 경우 부동산 대출을 남발한 금융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 0% 대 금리시대, 또는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오면 금융권이 수익기반을 상실할 뿐 더러 금리생활자들이 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D의 공포, 마이너스 금리 공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거듭 말하지만 정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될 때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능력있는 인재를 발탁, 중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최태원 SK회장이 계열사 CEO들을 향해 "이제 CEO가 변혁의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처럼 국가 변혁의 디자이너가 될 인재들을 국가 경영에 투입하면 국민들이 안도할 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