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의원 "대기업 98%…경영진 모럴해저드 · 혈세 낭비" 지적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지난 10년간 기업구조조정 자금으로 22조원을 투입했지만 회수율은 30%에 불과해 '국민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년 1월~2019년 6월) 산은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117곳에 총 22조 5518억원을 지원했으며, 이중 대기업 지원금 비중이 9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별 분포를 살펴보면 조선업 기업은 5곳에 불과하지만 9조 3414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 제조업 기업은 88곳에 8조 5143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기업은 20곳으로 모두 대기업이었다. 상위 20개 지원기업에 투입된 구조조정자금은 총 21조 124억원으로 전체 지원금액 대비 93%를 차지했다.

지원금액이 가장 많은 상위 7개 업체는 모두 1조원 규모 이상으로 ▲STX조선해양 5조 3919억원 ▲현대상선 2조 4793억원 ▲금호타이어 2조 2308억원 ▲동부제철 1조 8535억원 ▲대우조선해양 1조 2846억원 ▲금호석유화학 1조 2468억원 ▲한진중공업 1조 795억원 순이다.

반면 상위 20개 기업에 대한 지원금 회수현황을 보면 올해 10월 현재 6조 3853억원에 그쳐 회수율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성과 측면에서는 공동관리를 마친 14곳 중 일반부실 상태에 빠진 기업은 4곳, 정상화 기업은 10곳이다. 하지만 정상화 기업이라도 유동화자금 조달이 어렵고 경영부실로 인한 연내 매각계획에 있는 기업들이 존재했다.

이태규 의원은 "현행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적인 성격이 강한데 재벌총수 일가나 경영자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채권은행인 국책은행으로 전가시키고,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금 충당 명목으로 공적자금 지원을 남발해 결국 기업부실의 책임은 국민과 채권은행, 주주가 지는 기형적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관(官)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공적자금 투입의 효과와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기업퇴출이 시장의 평가보다는 정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이뤄지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 의원은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을 계속해야 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론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책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투자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시장에 의한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