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 중 국정농단·무역전쟁·마이너스 성장 등 국내외 격변 거쳐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맡고 있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맡고 있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대한 종합감사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국회는 임기 중 국내 정치와 해외 경제상황의 급변을 동시에 겪으면서 한국 정치의 거시경제 대처능력 격상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2016년 20대 국회가 출범할 때와 지금은 집권당뿐만 아니라 제1당도 바뀌었다.

기재위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의원(후에 탈당 및 의원직 사퇴)과 박영선(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김부겸(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책분야 의정에서 성과를 냈던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실 오른편 야당 석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 기재위에서 커다란 돌풍을 일으킨 건 당시 이들 야당의원이 아니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제전문가 3인 유승민 이종구 이혜훈 의원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총선 때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다시 새누리당으로 복귀해 있었다. 그는 당으로 돌아온 직후, 총선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제기된 한국은행 발권력 동원에 강력히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가을 국정감사에서 조선, 해운산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제2의 IMF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혜훈 의원은 "성장률이 부진하니까 남편이 부인에게 생활비를 주는 통장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세금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며 정부비판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 경력을 가진 이종구 의원은 이들에 비해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마침내 국정감사에 들어서면서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악화를 거론하며 "이러다가는 구원투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쇄신을 요구했다.

당시 여당 내 야당 같은 의원들이 거시정책 비판에 앞장서면서 야당의 '주 공격수들' 존재가 안보일 정도였다. 여야의 구분이 없어진 가운데 국회 내 경제에 대한 해법 논의는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다.

이런 기재위의 열정은 곧 이어 다른 모든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그해 겨울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소용돌이에 모두 흡수됐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바른미래당의 분당으로 국회 제1당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기재위 회의실 내 의원석의 왼편과 오른편이 모두 바뀌었다.

한국 정치가 워낙 격렬하다보니 국제금융시장의 굵직한 변화까지 의정단상에서 심각하게 논의되지는 못했다. 영국이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미국에서는 강한 포퓰리즘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제재로 국제 경제상황의 격변을 가져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다음의 20대 국회 두 번째 국정감사는 새 정부 출범 5개월의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이뤄졌다. 특별한 쟁점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에 대한 예방 주문이 주를 이뤘다. 비교적 훈훈했던 분위기는 야당의원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무원 후배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에게 "웃지 말고 묻는 말에 짧게 대답해"라는 메모를 보내는 장면에도 담겼다. '불필요하게 내 보는 앞에서 매를 자초하지 말라'는 선배의 염려를 받은 은 행장은 현재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감사를 받는 장소도 기재위가 아니라 정무위원회로 옮겨갔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이라는 기재위 '단골 메뉴'가 거론됐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공방이 있었지만, 이 공방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지는 건 성장률과 물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2019년이다.

국정감사에서 단골메뉴가 나왔다는 것은 다른 현안이 있거나, 의원들이 제대로 현안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다. 20대 국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기재위 소속 의원도 변화가 있었는데,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운데 명망 있던 의원들 상당수가 장관 입각을 했고, 바른미래당의 경제통 의원들은 저마다 중책을 맡고 있는 당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경제에만 전념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문제는 올해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기재위가 떠안은 또 다른 굵직한 현안은 1년째 치열한 관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그리고 마이너스 성장과 마이너스 물가다. 기획재정위 특유의 좀 더 정제된 언어로 차분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절실했지만, 총선 직전 정치용어가 거세지는 국회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비교섭단체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이 국채매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실행단계는 아니라는 전제조건에서 "검토한다"고 밝힌 점은 눈길을 끈다.

20대 국회 국정감사의 대미는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의 '백년하청'이 장식했다. 추 의원은 흔히 얘기하는 '내로남불'보다 저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자'는 마음가짐을 이 말에 담았다.

추경호 의원이 지적한 것은 공공기관의 이른바 '캠코더 인사'다. 낙하산 인사라고도 불리던 것이 현재는 선거캠프 때 같은 편이었던 사람들 일자리 챙겨주는 것이란 뜻에서 이렇게 쓰인다.

추 의원은 "이런 행태들이 민간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할 맛 안 나게 만든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정권이 바뀌면 국민들은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를 바란다. 과거 정권이 했던 것이라고 해서 새 정권도 자꾸 반복하면 백년하청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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