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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경제를 언제까지 믿을 수 있느냐다
달러경제를 언제까지 믿을 수 있느냐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0.2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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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의 원화는 아직도 개발도상국 자산일까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요즘 세상에서 수상한 건 마이너스 금리뿐만 아니다. 미국도 과연 이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미국이 맞나싶은 모습들이 자꾸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정감사만 받으면 금융통화위원들이 정부 입김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비판이 매년 나왔다. 독립된 중앙은행이 아니라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고약한 조롱을 달고 살다시피 했었다. 이런 푸념을 할 때마다 따라붙는 얘기가 '우리는 언제 미국처럼 할 수 있나'는 자조였다.

이런 자조가 최근 2년 동안 크게 사라졌다. 미국 하는 일이 우리가 해오던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을 닮아가는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 비슷해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 대통령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안 내린다고 해서 "미쳤다"고 폭언한 적은 없다.

파월 Fed 의장이 FOMC 회의를 마친 후 갖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매번 나오는 것도 미국 같지 않다.

금리같이 굵직한 정책결정뿐만 아니다. FOMC에 파묻혀서 별로 눈길을 끌지 않는 뉴스가 Fed의 매월 600억 달러 채권매입 재개다.

Fed는 이게 예전의 양적완화와는 다르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다르다고 하면 그건 확실히 그렇다고 와 닿아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 못하다. 이 또한 지금까지 알던 미국과 다른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보유채권을 줄여가던 Fed다. 이 채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다.

이 가운데 세계경제를 말아먹은 거품부실이 만들어낸 채권들이 상당수 껴 있다. 휴지조각으로 처리를 해야 마땅한 것을 경제를 살리겠다고 여태 끼고 있었다. 이걸 좀 줄여보겠다는 작업을 2017년 늦가을부터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10월 매월 600억 달러 매입으로 다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간섭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간섭이 결정적으로 Fed를 움직인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돌발 상황의 발생이란 이유가 있었다. 단기자금시장의 고갈현상이 너무나 심각했다. 콜금리가 연방기금금리의 네 배를 넘는 10%까지 치솟았다.

특이한 대통령 한 사람 뽑았다가 벌어지는 소동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일이지만, 요즘 금융시장은 뭔가 못 보던 일이 자꾸 벌어진다.

양적완화와 관련해서, 미국에선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유로존에서 나타나는 기현상도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중심으로 한 우량 채권을 사는 것이다. 유로존을 이끄는 ECB는 진작부터 채권고갈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양적완화를 해야겠는데 이제 더 이상 살만한 규모의 채권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대상채권을 우량한 회사채로 확대했다.

이 지경이 됐다는 건 양적완화의 물리적 한계상황이 왔다는 의미다. 그만둬야 할 시점을 모색해야 하는데 ECB는 오히려 추가부양을 모색하고 있다.

서방 경제체제의 양축인 미국과 ECB에서 전대미문의 소동이 자꾸 벌어진다. 이게 모두 그때그때 지나가는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미국이 수상하다는 얘기는 중국이 수상하다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중국체제에 대해 비판을 가할 때 최대 논거가 되는 것이 미국과의 비교다. 미국에 대한 신뢰는 억지스런 정책 대응보다 시장자율의 힘으로 균형을 회복하고, 금융당국은 정치와 독립된 고유의 힘으로 공정하게 시장을 관리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이제 시장자율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2008년 금융위기도 이런 사례다. 금융당국은 이제 대통령 말에 짓눌려있다.

미국도 시장자율이 아니라 인위적 대응으로 그때그때 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미국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믿고 있다가 같이 살아나면 좋은데 믿고 있다가 같이 파탄나면 그걸 꼭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겨야 하느냐다.

선진국 금융의 혼란에 쓸데없이 우리까지 말려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차단벽은 필요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넘는다. 47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한국 사람들은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또한 무슨 업적을 세운 것처럼 든든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 돈은 사실 따지고 보면 '쓸 수 없는 돈'이다. 은행의 대손충당금이나 기업의 손실유보금 비슷하다.

이만큼 있다는 사실이 든든할 뿐이지 이걸로 마음껏 뭔가를 사거나 투자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그래도 안전을 보장해주는 돈이 470조 원이라는 건 든든한 사실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안전이 진정한 안전이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절대비중을 달러표시 자산에 둔다.

지금까지는 달러만큼 안전한 게 또 무엇이 있냐는 단순한 심정만 앞세워도 되는 세월이었다. 유로는 역내에 독일과 같은 우량국가만 있는 게 아니다. 유로가 아니면 루블을 믿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달러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달러에서도 수상한 냄새가 난다.

달러도 아니고, 유로도 아니고, 루블도 아니면 그럼 또 뭐가 있나.

여기서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왜 우리의 원화채권을 쳐다보지 않느냐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은 한국이 AA다. 일본의 A+보다 높다.

국가신용등급은 정확히 말하면 장기채권의 신용이다. 한국의 국채가 그만큼 우량한 자산이라는 얘기다.

발행물량도 이제 꽤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조차 한국 국채를 우량한 자산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조건 애국심만 앞세울 일이 아닌 건 사실이다. 신용등급도 좋고 물량도 있는데 국제 금융시장에서 왜 우량자산의 역할을 못하느냐다. 한국에 대한 차별이냐고 대들 일이 아니다.

차별이 있다고 한다면 그 차별이 어디서 비롯됐느냐. 우리 자신이 우리 채권을 차별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점은 없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 자신이 우리의 우량자산 손발을 묶어 놓으니, 아시아국가의 하나인 한국의 채권을 차별하는 일부 시도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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