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고객에게도 수수료... "핀테크은행으로 이동 가속화 가져올 것"

도이체방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 /사진=AP, 뉴시스.
도이체방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경기 침체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독일 은행과 영국 HSBC 등 유럽 대형 은행들이 5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에 나섰다. 대출금리는 떨어져도 예금금리는 내리지 못해 수익이 압박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상이 시급하지만, 금융과 IT(정보기술)를 융합한 핀테크의 신규 은행 등에 고객이 이동하는 구조전환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특집기사를 냈다.

감축 수는 도이체방크가 1만8000명, 영국 HSBC가 1만 명, 이탈리아 유니크레딧(UniCredit)이 최대 1만 명에 이른다. 도이체방크는 전체 은행원의 20%, 유니크레딧도 전체 10%를 줄이는 과감한 구조 조정으로 감소하는 수익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각 은행들은 2008년 리먼 쇼크, 2010년부터 유럽 채무 위기로 인원 감축을 추진해왔다. 유럽 은행 부문 전체는 2009년 310만 명에서 2018년 266만 명으로 10년 사이 10% 이상 감소했지만 향후 몇 %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배경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다. ECB는 9월 이사회에서 정책금리(중앙은행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낮췄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약 2%'에 근접하지 않고 있어, 몇 년간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30년 국채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이며, 그리스 3개월물 국고 단기 증권의 낙찰 이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율을 찾아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어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오래갈수록 폭넓은 금리 하향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시스템을 파탄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출이나 채권 운용 등으로 얻은 금리 수입이 줄어도 은행은 '0%의 벽'이 있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구조다. 수익 핵심인 금리 수익은 도이체방크나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계 뿐만이 아니라, 영국 HSBC나 프랑스 BNP파리바에서도 축소되고 있다.

유니크레딧은 이달 들어 2020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른 부담을 고액 예금자에게 전가할 방침을 밝혔다. 기업 등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 이미 상당히 확대되고 있으며 각종 수수료를 올려 예금자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조조정으로 수익이 하락하면서 행원이나 점포가 적어지고 수수료도 오르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기존 은행에 과연 매력을 느끼느냐에 대한 과제가 남는다. 수수료를 대폭 인상할 경우, 금융과 IT(정보기술)를 융합한 핀테크의 새로운 은행 돌풍에 휩쓸려 이용자가 유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7년에 은행 면허를 취득한 모바일 앱 전용 은행인 '몬조(Monzo)' 이용자 수가 9월 300만 명을 돌파했다. 주 5만 명을 넘는 속도로 계좌가 증가하면서 불과 4개월 만에 100만 명을 추가했다. 급여 이체 등 주 계좌로 사용하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무점포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의 'N26'도 설립부터 6년 사이에 350만 명의 이용자를 모집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지만, 은행 수익이 악화되고 위험 대출이 증가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있다. 금융 완화로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금융기관 수익이 악화돼 오히려 완화 효과가 반전되는 소위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가 나타나는 것이다.

"유럽이 겪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는 분명히 최악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CEO는 이렇게 평가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예금자와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를 재개한 미국에서도, 유럽이나 일본 은행들이 고통 받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경계감이 커져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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