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요 줄어...중국산 공급은 되레 증가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지난 9월 세계 철강(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0.3% 줄어든 1억5149만 톤으로 4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긍정적이지만 태풍으로 일본이 줄고 미국도 2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세계의 철강재 수요 감퇴는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증산은 계속되고 있어, 한층 더 공급과잉이나 시황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9월에는 주요국 대부분이 마이너스가 됐다. 일본은 4.5% 줄어든 804만 톤이었다. 태풍 재해에 의한 감산 외에, 수출 축소로 주력인 동남아시아 등 전용 강재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2.5% 감소한 707만 톤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산업 등 미국 내 경기감속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EU 28개국)도 2% 감소한 1338만 톤을 기록했다.

미국 켄터키주 철강 공장. /사진=AP, 뉴시스.
미국 켄터키주 철강 공장. /사진=AP, 뉴시스.

한편, 중국은 2.2% 늘어난 8277만 톤으로 43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조업 규제 영향으로 10% 가까운 성장이 이어진 올해 초까지 속도 면에서는 주춤했지만 "하루당 생산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일본철강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설명했다.

세계 조강 생산량은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과거 3년 넘게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작년 3월 이후 미-중 추가 관세의 불협화음이 시작되면서 시장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세계 철강의 절반을 생산하는 중국이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을 자극, 철강 증산을 해왔다. 미국도 수입관세 인상 등으로 미국 내 강재 가격이 상승해, 자국 철강 메이커들이 호황에 의한 증산을 계속해 왔다.

미-중이 자국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장기화되는 양국 무역전쟁 영향은 주변국들에 파급되었다.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에 수출할 수 없는 터키·러시아 등의 강재가 아시아·유럽 등지로 저가 유입되어 강재 시황이 악화됐다. 증산을 계속하는 중국산 강판도 동남아시아 등지로 저가 수출되기 시작했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최근 들어, 미-중 대립 장기화로 세계 강재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내년 강재 수요가 1.7% 늘어난 18억500만 톤으로 올해 전망(3.9% 증가)보다 둔화한다고 발표했다. 수요 감소와 중국 증산이 계속된다면 세계 강재시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G20 국가들은 2016년 이후 중국의 과잉 철강생산에 대해 논의해온 국제 협력조직체인 '글로벌 포럼'을 설치했으나 지난 주말 개최된 주요국 각료회의에서 포럼 자체도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철강과잉 능력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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